시간의 두 종류
고대 그리스에서 시간의 개념은 두 가지가 있었다. 정확하게 물리적으로 측정 가능한 크로노스 (물리학에서 시간) 경험 중심으로 시간의 흐름을 표현한 카이로스 (뇌과학에서의 시간). 크로노스와 카이로스 모두 시간으로 번역이 된다. 하지만 서로 다른 개념이다.
1. 물리학에서의 시간 개념 : 크로노스
물리학에서의 시간 개념은 크로노스의 시간이다. 누가보더라도 변하지 않고 만물에게 공통으로 가는 시간이다. 무대가 있고 그 무대 위에서 배우가 연기를 한다. 뉴턴의 시간은 그 무대에서 배우가 주변 상황과 상관없이 일정하게 흐른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그 무대 위에 있는 배우가 무엇을 하는지에 따라 무대도 같이 변한다. 아인슈타인의 시공간은 뉴턴의 시공간과는 의미가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확하게 물리적으로 측정 가능한 크로노스의 시간이다. 물리학에서의 시간은 내가 느끼는 시간이 아니라 객관적인 사건이 벌어지는 무대라는 면에서는 뉴턴과 아인슈타인이 같다.
2. 뇌과학에서의 시간 개념 : 카이로스
달리기를 할 때, 달리기 초보자에겐 1km를 뛰어도 10km처럼 길게 느껴진다. 반면에 달리기 고수에게는 10km도 1km처럼 짧게 느껴진다. 뇌가 느끼는 시간은 내가 얼마나 새로운 경험을 했는지에 달려있다.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는 어릴 때는 상대적으로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 내년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너무 빨리가 이야기하는 것은 1년이라는 물리적인 시간은 같아도 뇌가 느끼는 시간은 다르다. 회사-집-회사-집-학교-집-학교-집 똑같고 새로운 경험이 없다면 상대적으로 시간이 짧게 느껴진다.
나이들수록 시간이 빨리 갔다고 느끼는 이유
물리학에서의 시간은 측정하는 것일 뿐 경험하는 시간은 아니다. 한자에서 시간도 재미있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간이 사이 간이다. 사이라는 것이 정의 되려면 양쪽에 뭔가가 있어야 한다. 물리학에서 양쪽에 있는 것이 사건이라면 뇌과학에서 양쪽에 있는 것은 경험이다. 사실은 이 경험이라고 하는 게 뇌에 쌓이면서 시간으로 느끼지는 것도 흥미로운 게 뇌가 하고 있는 일은 세상을 모델로 만드는 것이다. 뇌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나만의 모델을 만든다. 이 모델이 처음 딱 만들어진 그대로 계속 갖고 갈 수가 없다. 내가 또 다른 무언가를 경험하면 변화를 해야 되는데, 뇌가 느끼는 시간은 내 경험의 변화량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에 같은 경험이라면 내가 갖고 있던 세계에 대한 모형을 바꾸지 않을 테니까 그 경험은 시간의 진행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나의 세계에 변화가 생기면 시간이 흘렀다고 느낀다.
시간의 속도와 도파민
우리 뇌는 시간을 어떻게 인식할까? 도파민 분비량이 우리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시간의 흐름에 영향을 준다. 도파민이라는 물질이 앞으로 들어올 자극을 예상하고 실제로 들어온 자극과 차이를 인식한다. 예상의 시점에서 보면 실제 들어오는 감각은 항상 미래이다. 그럼 미래에 들어온 그 감각과 내가 과거에 예상했던 것을 경험하려면 과거와 미래의 감각을 경험하기 위해 뇌는 동시에 다른 시간의 정보를 추측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도파민이라는 물질이 우리가 느끼는 시간의 흐름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도파민이 분비되는 가장 큰 이유는 그거인 것 같다. 세상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내가 알 수 없는데 예측에 맞는 결과가 나올 때 그 과정을 학습하며 분비되기 때문에 관계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흥미롭게 생각하는 건 도파민은 학습에 대한 보상보다 나의 예측에 반응한다. 쉽게 설명해 보자면 ‘이 회사에 지원하면 합격할 수 있을까? 붙었으면 좋겠다.’ 진짜 붙었다면 도파민이 폭발한다. 자, 근데 일을 하면서 월급을 받는다. 처음 월급 받을 때 얼마나 신이 나냐. ‘첫 월급이다!’ 이미 예측된 상황이기 때문에 다음 달부터는 도파민 분비가 안 된다.
– 도파민 분비량
도파민 분비량은 예측의 정확도 보다는 예측의 의외성 같은 것이다. 언제 도파민 분비가 극대화 될까? 불확실성을 확실하게 해줄 가능성이 있을 때 도파민 분비가 극대화된다. 유명한 실험이 있다. 어느 실험에서 누르면 음식이 나오는 레버가 있을 때 그것을 맛있는 음식이라는 보상 때문에 계속 누를 거라고 생각한다. 누르면 나오는 100% 보상을 걸었을 때와 세 번 누르면 한 번 나오는 30% 확률로 보상이 나오 게 레버를 걸어주면, 어떤 레버를 더 많이 누를까?
흔히들 100% 보상이 나오는 레버를 더 많이 누를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쥐가 더 많이 누른 쪽은 랜덤하게 나오는 30% 보상 레버이다. 왜 그럴까? 보상이 중요한 게 아니라 불확실한 가운데 발견한 확실함을 뇌가 더 큰 보상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보상의 정도를 내가 예측한 것과 실제 들어온 보상의 차이로 인식한다고 생각하면, 만약에 쥐가 30%의 확률로 나올 때는 다음에 내가 레버를 눌렸을 때 ‘나올 수도 있고 안 나올 수도 있고 안 나올 것’이라고 예상을 한다면 실제 눌렀을 때 그 보상의 차이가 커진다. 그게 완전히 세팅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30% 미만으로 보상 확률이 작아진다면 ‘에잇! 눌러도 안 나오네~’ 계속 시도하게 하는 보상 확률이 30~60% 사이이다. 게임을 할 때도 중독이 되는 게임은 바로바로 100% 레벨업 되는 게임이 아니고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 수 있을까.’이 부분이 조금 애매할 때 게임에 더 빠져 든다. 게임 회사들은 실제로 이 비율을 가지고 보상을 설계한다.
제 2차 세계대전 당시에 미국의 심리학자들이 어떤 루머가 잘 퍼져나갈까? 연구를 했다. 확실•불확실의 경계가 모호한 소문들이 널리 퍼진다. 불확실한 소문이 퍼지는 이유는 불확실성을 말하고 들을 때 도파민이 반응하기 때문이다.
– 똑같은 더 시간을 길게 사는 법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자. 물리학에서 짧은 시간을 길게 사는 방법은 없다. 물리학적 시간은 크로노스의 시간만을 다룬다.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게 없다. 실제로 재미있는 게 카이로스의 시간이 크로노스의 시간에 영향을 끼친다. 재미있는 경험을 많이 한 사람이 더 건강하고 더 행복하고 오래 살 확률이 높다. 그게 동기부여의 매커니즘이기도 하고 내가 새로운 경험을 해서 즐겁고 행복했던 경험들이 몸의 세포들과 대사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좋은 경험을 많이 해야지만 젊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경험들을 놓치고 틀에 박힌 재미없는 삶을 살아간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온전히 누리지 못 할 수 있다.
※ 출저 : 장동선의 궁금한 뇌 – [장동선 X 김범준] 뇌과학 물리학으로 밝혀낸 시간이 빨리가는 원리 | 시간의 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