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을 보면 대부분 많은 지식들을 유튜브로 얻는다. 본인 역시 경제 지식이나 국제 정세 같은 것들은 주로 다 유튜브를 통해서 습득한다. 책들도 과거에는 종이책밖에 없다가 전자책을 보는 사람도 있고 오디오북을 듣는 사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이책이 가지는 의미는 남다르다.
Point.1 종이책의 시대는 끝났는가.
1. 새로운 매체의 장점
오디오북의 장점이라고 한다면, 보통 서울 사람 같은 경우에는 직장을 출퇴근할 때 하루에 2시간 정도를 길바닥에서 소비를 한다. 그 많은 시간 동안에 오디오북을 듣게 되면 다른 행동을 하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전자책 같은 경우에도 조용히 큰 부피가 많은 그런 책이 아닌 좁은 공간 안에서도 책을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이책이 특별한 이유
종이책이 가지는 독특한 특징이 있다. 유튜브나 오디오북 같은 경우에는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 받는 수용자의 입장에서 지식을 접하는 관계라고 한다면, 종이책은 책을 읽으면서 내가 주도적으로 읽어 나간다고 생각이 든다. 오디오북은 일정한 속도로 계속해서 지식이 주입되지만 종이책은 내가 눈을 써서 집중을 해서 한 줄 한 줄 읽어나가기 때문에 이해가 안 가는 부분들은 천천히 읽으면 된다. 스피드를 내가 조절할 수 있고 저자하고 대담을 하는 형식으로 볼 수 있다. 내가 딴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사실은 그게 중요한 것 같다.
3. 딴생각이 더 중요하다?
책을 읽을 때 어쩌면 가장 중요한 가치는 그 책이 전달해주는 지식보다는 그 지식을 통해서 나에게 드는 생각이 더 중요한 것 같다. 그런면에서 종이책은 훨씬 더 자기 주도적으로 그런 행위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4. 종이책의 또 다른 장점
종이책의 가장 큰 장점이 하나 있다. 종이책은 전기나 이런 것들의 도움이 없이도 읽을 수 있다. 예를 들어서 킨들 같은 걸 통해서 전자책을 읽는다. 그렇게 되면 킨들을 읽을 수 있는 전자기기도 있어야 되고 그게 항상 충전이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전기가 없게 되면 책을 읽을 수가 없다. 오디오북도 내가 플레이어와 이어폰이 있어야지만 들을 수 있다.
종이책은 어떻게 보면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기록 장치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그 책을 금속 활자로 프린트한 다음에 한쪽을 바인딩해서 페이지를 넘기면서 볼 수 있게 했다는 그 엄청난 발명이 사실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서 다른 사람과 나의 뇌를 커넥션 시키는 그런 효과를 가져온다. 전기와 전자 같은 현대 문명의 도움이 없이도 될 수 있는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기술이기 땜문에 더 의미가 있다.
플라톤이 쓴 책들도 사실 같은 방식으로 쓰였고, 현대에 만들어지는 책들도 같은 방식으로 종이에 인쇄가 돼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거의 2500년 가까이 혹은 더 길게 볼 수도 있다. 어마어마한 세월동안에 기록된 방식은 똑같고 콘텐츠는 계속 누적되어 왔다.
5. 만약 종이책이 없었다면?
만약에 2500년 전 그리스 시대 때 전자책으로만 기록을 남겼다면 어땠을까. 중간에 어떤 전쟁과 기근과 재난이 있을 때 그 모든 문명이 어느 정도 테크놀로지가 쇠락하게 되면 다시 그 정보를 찾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다행스럽게 ‘파피루스’가 종이에 인쇄된 책이었기 때문에 1000년이 지난 다음에 발견해도 볼 수가 있는 것이다. 양피지에 쓰인 사해 문서 같은 것들도 한참 뒤에 발견이 되더라도 중요한 정보로서의 가치를 가지게 되었다.
6. 종이책의 특징 3가지
- 정보의 연속성 : 테크놀로지의 변화가 있더라도 그거와 상관없이 정보는 유지할 수 있다.
- 사고의 확장성 : 책을 읽을 때 다른 시간과 다른 장소에 있는 사람하고 연결이 된다.
- 정보의 주체적 수용 : 저자의 생각을 듣고서 나의 속도에 맞춰서 정보를 추출하고 그거를 내 것으로 내적으로 가공해서 거기다가 멘트를 쓰고 생각을 더 발전시킬 수 있다.
Point.2 유현준의 독서법
1. 독서 습관
항상 밑줄을 치거나 옆에 내 멘트를 쓴다. agree 라고 쓰기도 한다. 이 사람의 얘기에 동의한다. 아니라고 반론을 제기하고 싶으면 옆에 몇 줄 쓰기도 하고, 그걸 통해서 다른 지식하고 연결된 깨달음이 있으면 멘트를 적어 놓기도 한다. 나에게는 밑줄 치고 코멘트 해 놓은 게 더 중요하다.
2. 종이책을 최대로 이용할 수 있는 조건
이런 종이책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는 웬만하면 책을 사서 읽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빌려서 읽으면 이런 행위들을 못 하기 때문이다. 많은 책을 읽지는 않는다. 다독을 하는 분들에 비하면 10분의 1도 읽지 않는다. 어쨌든 무조건 책을 사서 읽는다. 그래야지만 밑줄을 치거나 멘트를 적어 놓고 언제든지 다시 참고하고 싶을 때 그 책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3. 책 정리법
책꽂이 책을 읽은 순서대로 꽂는다. 학력고사 끝나고 처음 서점에 가서 맨 처음 산 책이 ⟨데미안⟩이라는 책이었다. 왜 그걸 샀는지는 모르겠다. 많이 들어본 제목이라서 샀다. 그 다음부터 쭉 읽을 때마다 책의 번호를 쓰고 완독한 날짜를 쓴 다음에 감상 같은 것을 표지 안쪽에, 책 날개에 적었다.
4. 순서대로 꽂는 것의 의미
생각의 흐름이 쭉 보인다. 그때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은 지금도 순서대로 꽂아 놓는다. 생각의 게놈 지도를 보는 것 같다. ‘아 내가 저 시기에는 이런 책을 읽었고 이런 생각에 심취해있다가 그 다음에 관심사가 이쪽으로 옮겨졌다가 또 다른 관심사가 생겨서 이쪽 분야로 갔구나’ 이게 생각의 기도를 쭉 볼 수 있게끔 되는 것이다.
5. 도서 구매 원칙
절대 구 권의 책을 동시에 읽지 않았다. 두 권의 책을 사지도 않았다. 한 번 가서 한 권의 책을 사서 그걸 완독한 다음에 다른 책을 샀다. 그 이유는 책을 읽고 나면 그 책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그 책을 읽을 때쯤 되면 그와 관련된 책을 읽든지 아니면 거기서 파생된 책을 읽든지 그 다음에 읽고 싶은 책이 바뀐다. 그러면 그때 서점에 가서 호기심을 끄는 책을 발견한다. 물론 실패하는 책들도 있다. 절반 정도는 실패한 책이다. 절반은 성공적이다. 실패한 책도 중간에 덮지는 않는다. 이해가 안 가도 무조건 끝까지 다 읽는다.
6. 종이책이 더 좋은 조건인 이유
뭔가 직관적으로 내가 읽은 책들을 책등만 쫙 보면 그걸 꽂은 상태에서 나의 생각을 파악할 수 있어서 좋다. 알타미라 동굴을 보면 변화들이 그려져 있다. 그걸 통해서 그린 사람의 생각이 공간적으로 투영된 것처럼, 지난 30년 동안 생각의 지도가 책꽂이라는 공간 안에 2차원으로 딱 펼쳐져 있게 되면, 그게 공간적으로 커뮤티케이션하는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에 즐겨 하는 방식인 것 같다.
7. 독서 팁
개인적으로 책 선물 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읽고 싶은 책도 지금 읽기도 바빠 죽겠는데 그 사람이 읽으라고 권하는 것은 자기의 생각을 나한테 강요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꼭 읽어야 되는 리스트는 별로인 것 같다. 만약에 청소년 권장 도서를 다 읽었다고 치자. 훌륭한 사람이 될 것 같다. 그런데 전국에 있는 모든 청소년들이 다 그 책만 읽었다고 하면 대한민국 국민들은 거의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정보의 바다에서 오히려 자기만의 책을 찾아서 자기가 큐레이션을 하는 게 내 생각을 지배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생각의 독립을 할 수 있는 방법이다. 내가 산 책을 통해서 내 생각을 빌드업해 나가는 것이다. 조금씩 나의 생각을 발전시켜 나가야 된다.
12년 동안 다른 사람이 정해 놓은 교과 과정이 주어졌다. 그런데 또 다른 사람이 나의 교육 커리큘럼을 짜서 준다는 것은 솔직히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만화책이 됐든 잡지가 됐든 읽기 어려운 인문학 책이 됐든 본인에게 맞는 것들로 골라서 자기만의 생각의 지도를 완성해야 한다. 그게 결국에는 이 시대에 나만의 생각을 갖고서 스스로 설 수 있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방법에 첫 번째 길이라고 생각한다.
Point.3 서점이라는 우주
서점을 좋아한다. 특히 대형 서점보다 작은 서점을 좋아한다.작은 서점은 동네에 있기 때문에 부담스럽지 않게 들어갈 수 있다. 대형서점은 대형서점 나름대로 더 폭넓은 지식의 스펙트럼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그것도 좋다.
1. 서점을 선호하는 이유 첫 번째
서점에 가면 종이로 만들어진 책이 쭉 놓여 있다. 종이는 나무 펄프로 만든다. 나무를 가공해서 종이를 만들고 거기에 글자를 인쇄해서 바인딩을 해서 책이 된 것이다. 책장 하나하나는 나무 이파리 같다고 생각한다. 책꽂이에 책이 쭉 꽂혀 있으면 큰 나무를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책이 만든 인공의 숲에 와있는 듯한 느낌이다.
2. 서점을 선호하는 두 번째
책 하나하나는 저자의 정신세계를 담아 놓은 압축된 하드웨어이다. 그 사람의 생각이 하나의 우주 같은 별과 같은 생각들이다. 하나의 별과 같이 반짝거리는 그 생각들이 하나의 책으로 꽂혀 있다. 그게 쭉 꽂혀 있는 책꽂이 한 판 같은 거는 은하계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은하계 수천개가 모여 있는 하나의 우주같다는 느낌이 든다.
예전에 국제 공모전이 하나 있었다. 프라하 내셔널 라이브러리 공모전 컨셉이 그거였다. 책은 별이고 책꽂이는 은하이고 그것들이 모인 게 우주이다. 멀티 유니버스처럼 책꽂이 레이어들이 쫙 있고, 그 사이에 빈 공간들을 뚫어서 사람들이 앉아서 책을 보는 느낌으로 디자인을 한 적이 있다.
좁은 공간이긴 하지만 무한한 인피니트한 공간이 숨겨진 곳이기도 하다. 그런 공간 중에 대표적인 게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은 내 손바닥이라는 좁은 공간이지만 그 안에서 인터넷을 통해서 무한한 지식을 우리가 받아들 일 수 있다. 2차원적인 면이라는 게 안타깝다.
그런데 서점에 가면 책들이 사방에 꽂혀 있을 때 3차원 정보의 공간에 파묻히는 듯한 느낌이 좋다. 그래서 서점에 즐겨 간다.
Point.4 서점의 미래
1. 도심 속 작은 서점의 의미
조심 속에서 공동체의 구심점이 된다. 우리 사회는 돈을 내지 않고서는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다. 길거리에 벤치도 별도 없고 공원도 부족하다. 특히 실내 공간 같은 경우에는 도서관이 그 역할을 해 줘야 한다. 공짜로 머무를 수 있는 대표적인 실내 공간이 도서관이다. 도서관도 그렇게 넉넉하지는 않다. 책들도 너무 낙후된 것들이 많다.
그런 면에서 보면 서점에는 업데이트 된 최신 정보들이 있고, 부담없이 가서 잠깐 들렀다 오더라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는 공동체 중심 공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2. 서점을 위한 아이디어
20~30대 젊은 세대들은 사는 곳이 원룸 아니면 고시원 같은 작은 공간이다. 주로 카페에서 가서 공부를 하는 카공족이 많다. 이 사람들은 항상 공간에 대한 수요가 있다. 자기가 꿈꾸는 이상적인 서실 같은 것들. 이것들 작은 서점들이 제공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경험하기도 했다. 가 봤던 몇몇 서점들의 경우 ‘우리 집 거실이 이렇게 꾸며저 있으면 참 좋겠다’ 생각했다. 내가 그런 서재를 가질 수는 없지만 동네 서점이 내 서재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걸 잘 꾸며 놓으면 사람들이 많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3. 또 다른 아이디어
⟨북바이북⟩ 같은 작은 서점들은 북토그 같은 것들도 많이 한다. 어느 정도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으는 작업을 한다. 그런 걸 통해서 사람 간의 연결을 해주는 시냅스 역할을 한다. 정보 간의 시냅스를 만들어주는 것도 필요하고, 사람 간의 연결 스냅스를 만들어 주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한 구심점 역할이 서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온라인으로 사람을 만날 수 있지만 오프라인에서 실제로 대면했을 때 갖는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그런 기회를 제공해 준다면 서점이 독특한 공간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출저 : 셜록현준 – 아직도 책을 꼭 사서 읽는 이유? 유현준만의 독서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