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의 뇌과학
요즘 불안한 일이 많다. 갑자기 어디 걸어가다 칼부림 사건이 일어나기도 한다. 누군가는 ‘설마 나한테 그런 사건이 일어나겠어?’ 하다가도 ‘어쩌면 내가 당할지도 몰라’ 하는 불안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 왜 이런 불안을 느끼는 걸까? 불안을 느끼는 원리를 설명해 보겠다.
오늘 이 영상을 찍으면서 약간 불안한 상태에서 촬영하고 있다. 어젯밤까지 일주일 동안 불안에 대한 영상을 준비하면서 손으로 필기한 10페이지 노트가 있다. 그런데 노트를 놓고 온 것이다. 지금 머릿속에는 ‘어디에 놓고 왔지? 학교에 있는 거 맞나? 떨어트린 거 아냐? 가방이 열려서 잃어버린 건가?’ 불안해서 노트북까지 꺼냈다.
여러분도 비슷한 것이다. 시험 보러 갈 때 책 딱 덮고 시험보러 가면 되는데, 마지막까지 뭔가 하나 안 들여다보면 시험 못 볼 것 같은 그런 느낌. 이게 다 불안이다.
가장 많이 발병하는 정신질환 1위 불안 장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발병하는 정신 질환이 뭘까. 우울증, 조울증, 섭식장애, ADHD 등 많다. 가장 많이 겪는 정신 질환이 불안 장애이다. 내가 평생동안 살면서 불안 장애를 경험할 확률은 15%에 육박한다는 연구도 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정신 질환으로 진단이 될 정도로 심한 불안을 겪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불안 장애 : 다양한 형태의 비정상적, 병적인 불안과 공포로 인하여 일상 생활에 장애를 일으키는 정신 질환
불안 vs 우울
불안이랑 우울이랑 같은 거 아닌가? 실제 현대인이 겪는 정신 질환 1위가 불안 2위가 우울증이다. 환자들 중 일부는 불안 장애와 우울증이 동시에 발병하는 경우도 많아 두 질환을 비슷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불안 장애와 우울증의 차이점에 대해서 알아보자.
– 불안 장애의 주된 감정 : 걱정과 두려움
– 우울증의 주된 감정 : 슬픔과 절망
두 가지의 감정 상태가 다르다. 신체 증상도 다르다.
– 불안 장애의 전형적인 신체 증상
- 갑자기 땀이 난다 (더위로 인한 발한 제외)
- 두통, 어지럼증
- 심장 박동 증가
- 호흡 곤란
- 가슴 답답함 등
– 불안 장애의 전형적인 신체 증상
- 무기력함
- 극심한 피로감
- 이유 없는 통증
- 수면 장애
- 극심한 식욕 및 체중 변화 (다이어트 하는 경우 제외) 등
그래서 불안과 우울은 다르다. 불안 장애 안에는 어떠한 종류의 증상이 포함될까?
– 불안 장애의 종류
- 범불안장애 : 잠 못 잘 정도의 걱정이 심한 상태. 이런 걱정이 불안 장애의 특징 중 하나이다.
- 특정 공포증 : 고소 공포증, 광장 공포증, 벌레를 두려워하는 등 종류의 공포증도 불안 장애의 일부이다.
- 공항장애 : 연애인들이 많이 경험하는 공항장애도 포함된다.
– 불안 장애 증상을 분류하는 기준
불안이 뇌 안에서 발동하는 매카니즘은 크게 2가지로 작동 방식으로 존재한다.
- 편도체 불안 : 두려움을 느끼지는 상황에서 즉각적인 반응이 나오는 종류의 불안이다.
- 대뇌피질 불안 : 두려움을 느낄 만한 상황은 없지만 두려움을 생각하여 느끼는 종류의 불안이다.
불안의 3단계
- 1단계 : 주사를 맞는 상황에서 느끼는 공포와 불안
- 2단계 : 주사를 맞는 상황이 일어날까 봐 불안한 것
- 3단계 : 공포에 대한 공포가 두려운 예측 불안
패턴은 이렇게 시작된다. 안 좋은 경험이 있다. 안 좋은 경험에서 생기는 두려움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비슷한 상황을 뇌가 예측을 하게 된다. 한 번 사람들 앞에서 창피를 당한 사람은 그 창피함 때문에 무서워서 다시는 사람들한테 안 나가려고 한다. 사람들 앞에 안 나가면 계속 두려움에 대한 기억만 짙어져 점점 더 사람들 더 피하게 된다. 어쩔 수 없이 상황을 마주하게 되어도 처음보다 못할 가능성이 적다. 안 좋은 경험이 있고 계속 피했고 불안과 두려움을 극복한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 상황에서는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불안을 약화시키는 방법
당장 행동하고 실행해라. 행동하지 않고 피하기만 한다면 불안 장애는 점점 더 심해진다. 그래서 불안을 이야기하면 회피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불안이 전혀 없는 사람도 있다고
아무런 경험과 생각이 없는 사람은 불안이 있을 수가 없다. 불안이 없는 대표적인 사람이 갓난 아기이다. 어떤 게 나에게 안 좋은 것인지 경험 자체가 없다. 전혀 불안하지 않다. 불안이 생기는 과정은 ‘두려운 상황이 또 생길 수 있잖아, 나 그때 넘 아프고 힘들었어’ 아이가 학습을 하고 경험을 쌓아가면서 불안이 늘어나는 것이다.
아는 게 많을 수록 불안이 많다. 뇌화자, 심리학자, 의대생들이 많이 겪는다. 온갖 질병을 공부하기 때문이다. 모를 때는 불안함을 느끼지 않았는데 의학 공부 후 질병에 대해 알아가며 오히려 더 불안해진다. 아는 게 많을수록 생각이 많을수록 불안을 늘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정보가 넘쳐나고 좋지 않은 뉴스가 넘쳐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어느 때보다 불안할 여지가 많은 세상에서 살고 있다. 안 좋은 뉴스를 접할 때마다 불안도가 상승할 수 있다.
불안에 취약한 사람 특징
불안에 취약한 사람들이 있다. 유전과 학습 둘 다 있다. 걱정이 많은 부모에게서 자란 아이는 똑같이 걱정 많은 성격으로 자랄 수 있다. 부모가 불안도가 높으면 그 불안이 아이에게 흡수되기 때문이다. 불안에 대한 가족력은 아이를 불안에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
불안에 취약한 사람은 정해져 있는 걸까? 불안은 성격과 특성이 아니다. 타고 나서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다. 불안한 사람으로 타고나서 불안도가 높은 게 아니라 두려움을 느낄 만한 상황이 불안 증상을 만들기 때문이다. 불안은 치료할 수 있다.
즉각적인 반응인 편도체 불안은 논리적으로 이해시키는 것은 효과가 없다. 고소 공포증이 심할 경우 머릿속으로 ‘괜찮아. 죽지 않아. 안전해.’ 백번 되뇌더라도 높은 곳에 올라가면 아무 소용없이 두려움이 올라온다. 패닉이 온다. 신체적인 반응이 바로 나타나는 것이다. 불안과 두려움을 치료하는 방법은 극복하는 경험을 통한 반복 학습 뿐이다.
불안 장애 치료 방법
1. 편도체 불안 치료하기
실제 정신과에서 거미를 극단적으로 무서워하는 사람에게는 거미 모형을 만져보게 한다든지, 거미 영상을 보거나 서서히 노출 치료를 하면서 둔감화를 하는 형태로 편도체가 바로 불안하게 반응하는 것을 막는 형태의 치료를 한다.
2. 대뇌피질 불안 치료법
내가 나 스스로를 관찰하고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는 메타인지를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 그 다음에 예측 불안이 일어나게 되면 다른 종류의 이미지나 글이나 영상을 보면서 잠깐 동안 다른 쪽에 몰입하게 한다. 내가 경험하는 자극들을 다른 형태로 경험할 수 있도록 재프로그래밍 해주는 인지적 재구성이 필요하다.
기억할 것
많은 사람이 겪고 있는 불안 장애는 생각보다 쉽게 치료할 수 있다. 불안을 느끼는 상황에서 생각을 전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책 추천
불안하고 걱정하고 예민한 나를 위한 최적의 뇌과학 처방전 ⟨불안할 땐 뇌과학⟩ 35년 동안 불안 장애를 겪은 환자들만 연구한 전문가가 쓴 책이다. 구체적으로 불안이 일어나는 메커니즘을 알려주고 어떻게 불안을 없앨 수 있는지 알려 준다. 나의 뇌를 이해함으로써 불안에서 빠져 나오고 싶다면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다.
불안감 없애는 법, 10분만에 무기력증 극복하는 방법, 불면증 없애는 법
※ 출저 : 장동선의 궁금한 뇌 – 불안으로 고통받는 현대인을 위한 솔루션 [불안의 뇌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