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은 어떻게 나를 움직이는가⟩ 9장에서는 60세부터 75세까지 어떤 신체적 변화가 일어나는지 알아본다.
남성의 몸이 표준일 때 생기는 문제와 다시 젊어지려고 호르몬 치료법보다는 건강하게 늙는 방법을 언급한 부분이 눈에 띈다.
여성의 신체가 남성의 신체와 그토록 다른데, 어째서 생리학은 그토록 오랫동안 여성 신체를 남성 신체의 ‘라이트 버전’으로 간주했을까? 그 대답은 투박하면서도 단순하다. 현대의학이 출현한 이래로 여성보다 남겅에 관한 연구가 훨씬 더 많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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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건강한 노후를 위한 새로운 호르몬 균형 (노년기)
성호르몬은 출생 전부터 이미 남성과 여성의 신체구조를 다르게 발달시킨다. 남성은 일반적으로 여성보다 키가 크고 두개골 모양이 다르다. 여성은 아기를 낳아야 하므로 일반적으로 골반이 더 넓다. 모래시계를 닮은 여성의 전형적 체형에서 배꼽은 가장 잘록한 허리 아랫부분에 있지만, 남성의 V자 체형에서 배꼽은 가장 잘록한 부위 윗부분에 있다. 지방분포도 다르다. 남성의 경우는 남는 에너지를 배에 저장하지만, 여성은 엉덩이와 허벅지 주변에 저장한다. 눈썰미가 좋은 사람은 노인 여성보다 노인 남성에게서 평발이 더 자주 발생한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여성은 남성보다 눈을 더 자주 깜빡이고, 눈을 깜빡이는 빈도는 나이가 들수록 증가한다. (347.p)
– 부부의 얼굴이 서로 닮아간다고 말하는 이유
나이가 들수록 남성과 여성 호르몬 차이가 서서히 사라진다. 폐경 후 여성의 에스트로겐은 급격히 감소하는 반면 노인 남성의 테스토스테론은 천천히 감소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생화학적으로 볼 때 남성과 여성은 점차 닮아간다. 여성은 사춘기 이후부터 에스트로겐이 지휘하지만 60세가 되면 호르몬의 근무 교대가 일어난다. 난소와 부신에서 나오는 테스토스테론이 그 지휘봉을 넘겨받는다. 노인 남성 대부분은 성호르몬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지만 갑자기 에스트로겐이 젊은 남성보다 최대 세배 더 많아진다. 뚱뚱한 남자가 나이 들면 살이 더 찌는데 지방 조직이 테스토스테론을 에스트로겐으로 바꾼다. (349~350.p)
– 주름은 나이를 속이지 못한다?
과학자들이 컴퓨터를 학습시켜 빠르게 지나치는 사람의 나이를 맞히게 할 수 있을 만큼, 주름은 나이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담배를 피우지 않고 술도 조금만 마시고, 잘자고 젊었을 때부터 합성첨가물이 없는 좋은나이트 크림을 꼼꼼히 바르고, 외출할 때 자외선 차단제로 피부를 보호하면 도움이 된다. 그러나 호르몬은 피부 노화에도 관여한다. 여성에게 오랫동안 남성보다 더 매끈한 젊은 피부를 선사했던 에스트로겐이 폐경 후 아주 갑자기 피부를 저버린다. 그러면 여성의 피부는 부름이 잡히고 탄력과 윤기를 잃고 작은 상처도 더디게 아문다. (353.p)
– 할머니는 힘이 세다
나이가 들수록 남성은 내향적이 되고 여성은 새로운 일을 추진하고 가정생활에서 벗어나려는 욕구가 두드러진다.
노인 남성은 저체적으로 더 부드러워질 뿐 아니라 조금 더 침울해진다. 젊었을 때와 달리 쉽사리 낙담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심리적, 사회적 차원에서도 남성과 여성이 서로를 점점 더 닮아간다. 여성은 평생 우울증 같은 기분장애를 앓을 위험이 크다. 이것은 무엇보다도 감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모노아민의 양과 관련이 있다. (355.p)
– 남성의 몸이 표준일 때 생기는 문제
여성은 지방을 저 효율적으로 연소하므로 당 에너지를 더 많이 저장할 수 있고, 이것은 자연스럽게 더 많은 지구력을 제공한다. 남성이 상대적으로 근육량이 더 많고 심장과 폐가 더 크고 산소 운반 능력이 더 높더라도, 자전거 대회에서 에너지 효율이 더 높은 여성에게 종종 뒤처지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361~362.p)
최근에서야 비로소 알려졌는데, 예를 들어 심혈관 질환은 남성과 여성에게서 다르게 나타난다. 남성의 경우, ‘가슴 통증’은 일반적으로 왼팔이나 턱 쪽으로 퍼지지만, 여성의 경우 통증이 주로 등이나 목에서 느껴지고, 어떨 땐 통증이 전혀 없기도 하다! (362.p)
질병이 성별에 따라 다른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발견해내기가 더욱 복잡하다. 예를 들어, 심장 관상동백 경화의 경우, 여성의 동백은 남성보다 가늘고 전체에 걸쳐 좁아지지만, 남성의 동맥은 여성보다 굵고 군데군데 국소적으로 더 심하게 협착한다. (363.p)
검증된 최신 기술로도 여성의 흉곽은 남성과 모양이 달라서 심전도 결과를 신뢰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363.p)
유방암 다음으로 여성에게 가장 흔히 나타나는 대장암을 검진할 때도 같은 일이 벌어진다. 대장암 검진 때 기본적으로 대변에서 소량의 혈액이 검출되면 대장암을 의심한다. 그러나 여성의 경우 대변 검사는 좋은 지표가 될 수 없다. 여성의 대장 종양은 남성과 다른 위치에, 즉 오른쪽 복부에 자주 생기기 때문이다. 남성의 대방 종양은 주로 왼쪽 복부에 생긴다. 또한 여성의 경우 장 내용물의 통과도 남성보다 느리다. 그러므로 혈액이 장에서 재흡수되어, 검사를 위해 제출된 대변에 섞여 있지 않을 수 있다. (364.p)
우리의 먼 조상들은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일을 분담했다. 간단히 말해, 여성은 임신과 출산을 담당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복부가 안정적이고 에너지 저장고가 있어야 했다. 남성은 식량 조달을 위해 사냥하러 나갔고, 공간 인식 능력을 발달시켰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이런 역할을 대부분 포기했다고 해서 생리학적 차이가 갑자기 사라진 건 아니다. (365~366.p)
– 나이들수록 살 빼기 힘든 이유
성호르몬이 줄어들면 갑상샘호르몬 수용체의 기능이 떨어지고, 결국 갑상샘호르몬의 기능도 떨어진다. 그 결과 에너지대사가 느리게 진행되는 동시에 지방조직이 증가하고, 성호르몬의 감소로 렙틴 생산이 줄어든다. 렙틴은 포만감 호르몬으로서 성인기 내내 에너지 저장량을 적절히 조절한다. 렙틴은 식습관에 영향을 미쳐 영양분이 넉넉히 채워지면 식사를 끝내게 한다. 쉽게 말해, 렙틴은 과식을 방지하고 남는 에너지를 지방 형태로 과하게 저장하지 못하게 막는다. 이 시스템의 작동 방식은 매우 탁월하다. 비축량이 줄면서 지방 비율이 떨어지면 렙틴 수치도 떨어져 뭔가를 먹고 싶은 욕구가 커진다. (367.p)
노년에는 성호르몬의 생산량 변화가 더 많은 신체적 변화로 이어진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살이 찌는데, 이때 지방량은 증가하고 근육량은 감소한다. 그래서 노년에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노년에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다. (368.p)
근육량은 또한 앞으로 살날이 얼마나 남았는지 예측할 수 있는 좋은 지표다. 근육 비율이 높을수록 기대수명도 올라간다. 근육 손실을 막고 싶다면 여성과 남성 모두 나이가 들수록 신체 활동을 많이 해야 한다. 젊을 때는 남성의 경우 테스토스테론이라는 내적 동력 덕분에 거의 자동으로 신체 활동을 하게 되지만, 여성은 의지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러나 나이 든 여성의 경우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올라가면서 활동성이 늘고, 활동을 방해하는 허들이 낮아져 노년에는 신체 활동을 더 많이 하게 된다. (368.p)
– 새로운 젊음을 향해
인체의 노화 과정에서 호르몬체계도 하향 곡선을 그린다. 즉, 대부분의 호르몬 신호물질이 점점 더 줄어든다. 그러나 내분비계의 노화를 더 자세히 연구하면, 이런 변화는 쇠퇴가 아니라 적응이고 건강을 훼손하기보다는 지원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늙음’이 어떻게 ‘새로운 젊음’일 수 있는지 이해하려면 ‘항상성’과 ‘피드백’이라는 생물학 용어가 필요하다. 우리의 신체는 늘 건강을 모니터링하고, 조건이 바뀌더라도 내부 환경이 재생되고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한다. 이런 생리학적 과정을 우리는 항상성이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호르몬 균형이 흔들리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370.p)
우리의 신체 기능은 오랜 기간 일정하게 유지된다. 나이가 고 신체의 재생 능력이 떨어지면서 비로소 변화가 생긴다. 변화하는 신체 기능을 가능한 한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호르몬의 설정값이 새롭게 조정된다. 예를 들어 인슐린 수치를 높게 설정한다. 그러면 더 많은 에너지를 결합할 수 있어, 병에 걸렸을 때 회복이 빨라진다. 서른 살이고 신체가 여전히 재생 능력을 완벽하게 발취한다면 설정값을 바꿀 필요가 없다. 그러나 노년이 되면 긴 세월 끝에 처음으로 호르몬 정상 수치가 새롭게 설정된다. (370.p)
예를 들어, 젖샘을 자극하는 뇌하수체호르몬 프로락틴의 생산이 감소한다. 어차피 60세 여성이 모유를 생산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오랫동안 알려지지 않은 이유로 노인의 갑상샘 활동 역시 감소한다. 처음에 의사들은 노화 때문에 갑상샘 기능이 저하된다고 추측했다. 그러나 나중에 그들은 갑상샘이 천천히 일할수록 뇌졸중과 심장 부정맥 위험이 낮아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 노인 환자의 혈액검사 기준값을 새롭게 조정하는 과정에서 호르몬 수치가 달라진 노인을 모두 치료해야 할 환자로 볼 필요는 없다.
혈당수치를 낮게 유지하는 호르몬인 인슐린도 마찬가지다. 공복일 때 노인들의 혈액에는 포도당이 젊은 사람보다 더 많고, 인슐린 수치도 더 높다. 이것은 인슐린 저항성과도 잘 맞다. 이제 우리는 이것이 정상적인 반응임을 알고 있다. 그러므로 노인에게 즉각적으로 ‘제2형 당뇨병’ 딱지를 붙여서는 안 된다. (370~371.p)
인체에 생식능력이 생기는 것이 첫 번째 새로운 설정값이라면, 60세 이후에 발생하는 성호르몬 수치의 감소는 ‘두 번째 사춘기’의 시작을 의미한다. (372.p)
복잡한 현상들을 바르게 이해하고 조사한 상태라면, 이런 과정에 개입하는 것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며 심지어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때때로 유익하지 않을 뿐 아니라 심지어 해로울 수도 있다. 나이 든 여성에게 에스트로겐을 투여하더라도, 8장에서 이미 보았듯이,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심근경색과 유방암 위험이 더 커진다. 그러니 부족한 호르몬을 보충하는 것이 항상 현명한 결정은 아니다. (374.p)
– 호르몬에도 ‘때’가 있다
호르몬에는 일간 및 월간 리듬이 있을 뿐만 아니라, 인생의 여러 단계에서 상승하기도 하고 하락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성호르몬의 경우 사춘기 직전보다 노년에 수치가 더 낮은 것이 적합하다. 뇌하수체호르몬이 이런 감소를 보완하기 위해 서둘러 바쁘게 작동하지만, 몇 년 뒤에는 이마저 자연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한다. (375.p)
– 살짝 부족하다 싶을 때 숟가락을 놓아라
호르몬 결핍을 보충하여 사춘기 수준으로 재조정하는 대신에 건강하게 늙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간단히 조언하자면, 과식하지 말고 노화를 받아들여라. 식단을 통해 우리는 노화 과정에 적극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배고픔을 80퍼센트만 달래면 된다. 일본 남부의 오키나와현 주민들을 예로 들 수 있다. 이곳 주민들은 “배를 10분의 8까지만 채워라”는 모토와 함께 “열 숟가락이 있을 때, 여덟 숟가락은 사람을 돕고 두 숟가락은 의사를 돕는다”고 농담처럼 말한다. 칼로리는 낮고 영양가 높은 식단을 유지한 덕에 그들은 ‘블루존’ 주민에 속한다. 블루존이란 평균수명과 건강기대치가 평균보다 눈에 띄게 높은 지역을 말한다. 오키나와현 사람들은 인슐린 수치가 낮을 뿐 아니라, 테스토스테론 유사 호르몬인 DHEA의 혈중 수치가 높다. (37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