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은 어떻게 나를 움직이는가⟩ 8장에서는 갱년기 호르몬에 대해서 다룬다. 성호르몬 감소가 노화를 가속하다니. 이번 장에서는 갱년기에 대해 학습해 보도록 하자.
이 장에서는 갱년기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자 한다. 이 기간에 성호르몬에는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어떤 증상이 나타날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과거에는 어땠을까? 다른 문화권에서는 어떨까? 이 기간을 최대한 편안하게 통과하려면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까? 증상이 심할 때 어떤 호르몬 치료를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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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성 호르몬 감소가 노화를 가속화한다 (갱년기)
– 악명 높은 열성홍조와 다한증
남성과 달리 여성은 성세포, 즉 난자세포를 새롭게 생산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물려받은 총 500만 개 난자로 평생을 살아야 한다. 그러나 이미 태아 때부터 그 수가 줄기 시작한다. 태어날 때 대략 120만 개가 남아 있지만 사춘기가 시작할 때쯤이면 ‘겨우’ 30만 개가 남는다. 나이가 들수록 난자세포의 수와 품질이 점점 더 빨리 하락한다. 40세 이후부터 난자 재고량이 서서히 ‘바닥나기’ 시작하여 약 10년이 지나면 완전히 종지부를 찍는다. 이 단계는 대략 50세 전후에 시작되어 1~2년이 걸린다. 이 기간에는 월경 주기가 점점 더 불규칙해지고 월경 사이의 간격도 점점 길어지다가 결국 완전히 멎어 폐경에 이른다. (303.p)
– 언제부터 갱년기를 ‘질병’으로 보았을까
이상하게도 치료법에 관한 중세 시대 문서에는 폐경기 관련 내용이 거의 없다. 그 이유는 당시 기대수명이 25~30세로 매우 낮았기 때문일 수 잇는데, 그래서 대다수 여성이 폐경기에 도달할 수가 없었다. (307.p)
– 폐경 이후를 황금기라고 하는 이유
어떤 문화권과 집단에서는 여성들이 더 오랜 기간 아이에게 젖을 먹이기 때문에 폐경기에 에스트로겐 수치가 더 낮게 유지된다. 생활방식과 체중 역시 증상의 패턴을 결정한다. 동양의 식단에는 심장과 혈관 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더 많이 함유되어 있다. 비서구 문화권이라도 도시에 거주하는 여성은 폐경기에 불면증과 행동 변화를 경험할 확률이 농촌 여성보다 더 높다. 아마도 적게 움직이고 독성물질에 더 많이 노출되기 때문일 것이다. (312~313.p)
– 인간의 폐경기는 ‘최적기’를 찾았다
인간의 기대수명은 20세기 초부터 계속 높아지고 있고 사춘기도 점점 일찍 시작되지만, 폐경은 이상하게도 이 마법의 숫자 주위에 머물러 있다. 고대에 아리스토텔레스와 그의 후계자들이 여성은 대개 40세까지 아이를 낳고 일부는 50세에도 어머니가 될 수 있지만 이 이후 사례는 알려진 것이 없다고 기록했다. 생식의 다른 생리학적 기능과 비교하면 폐경은 이상적인 절대 시점을 찾은 것 같다. 특히 진화생물학자들이 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자손이 많을수록 종족 보존의 기회가 높아진다’는 명제를 감안하면, 중간에 생식을 끝내는 것은 비논리적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손을 더 많이 낳는 다른 여러 동물종보다 인구가 더 빠르게 증가한다. 수학모델은 인간의 폐경기라 여러 면에서 ‘최적기’임을 보여준다. 여성의 몸은 대략 50세까지 임신하고 출산할 수 있다. 그러나 그후로 자손을 키우려면 에너지를 건강한 노화에 투자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 그러니까 호모 사피엔스는 양보다 질을 더 우선시한 것으로 보이고,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이 양, 즉 인구수를 늘리는데 유익했다. (324.p)
이처럼 폐경은 조기에도, 평균 연령에도, 너무 늦게도 발생할 수 있지만, 자연적으로 또는 비자연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자연 폐경은 저장된 난자가 서서히 소진되면서 시작된다. 마지막 월경 때 마지막 남은 난자가 폐기된다. 그러나 화학요법이나 자가면역질환으로 난소가 기능을 잃거나 수술로 제거한 경우, 갑자기 비자연적으로 폐경이 발생하기도 한다. 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유명한 사례다. 그녀는 난소암으로 어머니를 잃었고, 자신이 BRCA1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졌음을 알게 되었다. 유전자 돌연변이로 난소암과 유방암이 증가하여 그녀는 예방 차원에서 난소와 유방을 수술로 제거하기로 했다. 그녀는 ⟨뉴욕 타임스⟩의 독자편지 형식으로 이 소식을 알렸고, 이것은 큰 반향을 일으켜 실제로 안젤리나 졸리 효과가 널리 확산했다. 즉, 많은 여성이 BRCA1 유전자 돌연변이 검사를 받거나 예방적 제거 수술을 받았다. 안젤리나 졸리는 갑작스러운 폐경을 공개적으로 얘기했고, 가벼운 증상이었지만 호르몬 치료를 시작했다. 분명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였으리라. (326.p)
개인 차원에서 담배의 독서는 난자세포의 양과 질 모두를 돌이킬 수 없이 떨어트린다. 흡연으로 폐경이 최대 4년 일찍 시작될 수 있다. 흡연은 또한 에스트로겐 수치를 더 빨리 떨어트릴 수 있다. 담배는 연기의 독소가 간 기능을 해치고, 그 결과 에스트로겐이 더 빨리 분해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흡연이 수많은 불임, 난임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327.p)
– 불임과 폐경 이후의 임신
피임약으로 피임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 이후, 우리는 이제 임신 권장 시대에 살고 있다. 어떻게 해야 임신하게 될까? 앞에서 언급했듯이, 나이가 들수록 난자세포의 양과 질이 떨어진다. 피임약은 이 사실을 바꾸지 못한다. 폐경이 시작되기 몇 년 전부터 이미 생식능력이 매우 떨어져 자연 임신 확률이 거의 없다. 생물학적 시계와 사회적 시계 엇박자 때문에, 임신을 위한 의료 지원 수요가 엄청나게 증가했다. (329.p)
우리는 자신의 호르몬이 불임 치료의 성공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것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요컨대, 생식능력이 감소하면 봄에 배아를 이식할 계획을 세우고 잠시 커피를 중단해야 한다. 연구에 따르면 봄 햇살이 난포자극호르몬과 황체형성호르몬 방출을 돕는 세포를 활성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호르몬 모두 난자의 성숙과 배란이 중요하다 .불임 치료를 받고 나서 임신에 성공하고자 한다면, 봄이 승리의 여신이다. 반대로 카페인은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하루에 다섯 잔 넘게 커피를 마시면 체외인공수정 성공 확률에 흡연 못지않게 재앙의 재를 뿌리게 된다. (334.p)
– 남성과 여성의 갱년기는 어떻게 다를까
남성은 호르몬 노화 과정의 영향을 거의 느끼지 않은 경우가 많고, 게다가 증상들이 점진적으로 나타난다. 남성의 가장 중요한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여성처럼 매달 변동하는 일도 없고 갑자기 생산이 중단되는 것이 아니라, 30세 이후부터 매년 1퍼센트씩 서서히 감소한다. (338.p)
– 테스토스테론은 만능 호르몬이 아니다
젊은 보디빌더들 사이에 소위 논년기 질환이 유난히 많은 것 역시 테스토스테론을 조금만 보충하면 활력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과 모순된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바로 ‘조금만’이라는 단어에 있다. 스포츠계에서 도핑 목적으로 신체에 투여되는 이 ‘조금만’은 신체 생산을 보충하는 데 필요한 양보다 몇 배나 더 많기 때문이다. (34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