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호르몬은 어떻게 나를 움직이는가⟩. 내분비내과 전문의가 쓴 책인 만큼 전문 용어가 많이 언급된다. 내용이 어려울 거라 예상하고 지레 겁을 먹었는데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큰 덩어리를 잘게 쪼개서 핵심만 정리해 놨다. 흡사 칼럼집 같다.
호르몬을 설명하는데 성경과 역사 속 인물을 등장 시키는 부분이 흥미롭다. 이런 식이다.
구약성경 같은 오래된 문헌에서도 호르몬의 존재가 언급된다. 당시에는 혈액 안에 호르몬이 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는 기술이 없었음에도, 레위기 17장 11절에 다름과 같이 적혀 있다. “생물의 생명력은 피에 있다.” 성경에 등장하는 특정 인물들은 분명 선천성 호르몬 질환을 앓았을 터이다. 예를 들어, 거인 골리앗은 성장호르몬이 아주 풍부했을 것이다. 이집트 신 베스의 왜소증과 클레오파트라의 과민성 및 과도한 에너지는 감상샘 기능장애에서 비롯되었을 확률이 매우 높다.
17~18.page
855년 교황 레오 4세가 사망한 후, 그의 후계자는 젊고 유능한 성직자였다고 전해지는데 그는 훗날 남장한 여성으로 밝혀졌다.
48.page
내게 진료를 받은 한 여성 환자는 임신하지 않았는데도 ‘젖이 나왔다.’ 영국의 첫 번째 여왕도 분명히 이 병을 앓았을 터이다. ‘블러디 메리’라고도 알려진 메리 1세는 임신 징후들이 나타나자 내내 괴로워했다고 한다. 배가 불러왔고 젖이 나왔지만 그녀넌 아이를 출산하지 않았다. 게다가 젊은 아이에 시각을 거의 잃었는데, 아마도 뇌하수체에 생긴 종양 때문이었으리라. 호르몬이 세계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주는 슬픈 예다. 메리가 아이를 낳지 않았기 때문에 튜더 왕조는 종말을 맞았고, 윈저 가문이 이후 몇 세기 동안 왕위를 이어받아 오늘날의 찰스 왕까지 유지되고 있다.
58.page
1~2장은 임신과 출산, 영유아기가 주제인 만큼 임산부에게 참고할 내용이 많다. 3장에서는 사춘기를 다룬다.
오늘은 성경과 역사 속 어떤 인물이 등장하게 될까? 기대하시라.
정리하는 문장은 개인적인 밑줄이다. 각 장의 핵심 문장이 아니라는 뜻이다. 앞뒤 맥락이 궁금하다면 책을 구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독서를 시작합니다.
3. 성장오르몬부터 사랑의 설렘까지 (사춘기)
사춘기가 되면 생식능력이 생기고 행동도 변한다. 우리는 미처 의식하지 못하지만, 생식호르몬과 페로몬은 우리의 생식에서 기존 상식보다 훨씬 더 큰 역할을 한다. 하지만 먼저 생식능력이 어떻게 생기는지부터 살펴보자. (113.p)
– 사춘기의 시작이 점점 빨라진다
믿기 어렵겠지만 1860년 경에는 소녀의 초경 평균 연령이 16.6세였다. 17, 18세기 연구를 보면, 심지어 스무 살이 될 때까지 초경을 하지 않아도 완전히 정상이었다. 빨라지는 가임기를 알아차리고 그것의 원인을 식습관 변화, 환경오염, 화학물질 그리고 특히 사회적 스트레스 증가로 본 건 허먼기든스가 최초는 아니다. 이미 수백 년 전부터 사람들은 사춘기에 시작해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고민해왔다. (114.p)
힘든 육체노동 역시 초경 시기를 늦추다. 17, 18, 19세기에 힘든 육체노동을 하고 체중이 적은 여성은 더 나은 환경에서 잘 먹은 또래보다 눈에 띄게 늦게 월경을 시작했다. (115.p)
– 반항은 본성일까, 양육 방식의 차이일까
모든 뇌 영역이 똑같은 속도로 발달할 수 없으므로, 사춘기 시기에는 균형이 깨진다. 이를테면, 감성적 ‘보상센터’와 이성적 ‘계획센터’의 활동이 고르지 못하다. 간단히 말해, 감성이 이성보다 앞선다. 둘의 격차가 클수록 청소년이 보이는 행동은 더 충동적이고 무모하다. (120.p)
한창 발달하느라 바쁜 뇌가 무슨 수로 짬을 내어 ‘어리석은 일’까지 저지를까? 물론 사춘기에만 단기적 쾌락에 빠지고 비논리적 결정을 반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춘기는 중독에 취약한 인생 단계이다. (120~121.p)
사춘기 청소년의 무모함, 음주와 마약,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일탈 행동은 부분적으로 테스토스테론의 증가가 원인이다. 테스토스테론의 효과는 어마어마하다. 연구들이 보여주듯이, 테스토스테론은 임신 중에 벌써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태아 때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을수록 나중에 무모해질 확률이 높다. (121.p)
– 키스만으로 만족할 수 없는 이유
성적 매력은 주로 신체를 통해 나타난다. 다시 말해, 뇌는 상대적으로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는다. 이때 유혹하는 쪽이 대개 남성이라는 주장은 사실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여성 역시 신체 언어를 통해 유혹의 신호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알란 피제와 바르바라 피제 부부는 ⟪왜 남자는 경청에 서툴고 여자는 주차에 서툴까?⟫ 에서 여성이 보내는 온갖 비언어적 메시지를 설명한다.
우리의 페로몬과 호르몬은 이런 ‘구애의 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누군가를 유혹하거나 누군가에게 매혹될 때 혈중 도파민 수치가 올라간다. 그러면 주의력이 높아지고 심장박동이 빨라지며 기분이 좋아지고 전체적으로 행복하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도 유혹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여성과 남성에게 각각 다른 효과를 낸다. 혈액에 스트레스 호르몬이 많으면 여성은 유혹에 냉담한 편이만 남성은 유혹에 더 개방적이다. 아마도 성행위로 ‘빠르게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기대 때문일 것이다. (126.p)
폭넓은 최선 연구 결과를 보면, 처음에 남자의 외모를 보고 매력을 느낀 여성의 50퍼센트가 여러 번 키스를 한 후 관계를 끝냈다. 키스없이 섹스부터 할 수 있다고 응답한 여성은 15퍼센트에 불과했다. 이에 반해 남성 대부분은 키스보다 먼제 섹스를 하는 것이 아무 문제가 안 되었다. 이런 결과는 여성과 남성의 침에 들어 이쓴 호르몬의 종류와 농도 차이로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배란기 즈음에는 침에 당분이 더 많이 함유되어 키스의 맛이 글자 그대로 더 달콤해진다. 배란기 여성의 질과 겨드랑이 냄새를 맡은 남성은 한 시간 이내에 힘에서 테스토스테로이 증가하고, 그것이 성욕을 높인다. 두 경우 모두 키스를 통해 침을 교환하면 무의식으로 생식을 자극할 수 있다.
여성들은 키스를 주로 적합한 파트너를 찾는 도구로 이용하는 것 같다. 이런 진화적 트릭은 다음과 같이 작동한다. 여성은 가능한 한 많은 건강한 자손을 낳는 데 가장 적합한 유전자를 제공할 남성을 본능적으로 선택한다. 이때 유전적으로 다른 구조를 가진 파트너가 적격인데, 그래야 더 강한 자손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은 유전적으로 적합한 프로필을 서로 맺어주기 위해 페로몬을 사용한다. (126~127.p)
– 역사 속 거인들의 이야기
성장로르몬은 어른에게 끄게 중요하지 않지만 사춘기에는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뇌하수체에서 생산되고 50센티미터 크기의 신생아를 성인 체격으로 키운다. 생애 첫 18년 동안 최종 크기인 1.5~2미터에 도달하는데, 이것은 태어날 때 크기의 세 배, 심지어 네 배로 성장한 것이다.
어렸을 때는 성장호르몬이 골격의 긴 뼈 성장판에 신호를 보내 주로 키가 자라게 한다. 어른이 되면 성장호르몬은 다른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많은 음식을 섭취했을 때 그것으로 너무 뚱뚱해지지 않도록 지방을 더 빨리 태울 수 있게 돕는다. 또한 글리코겐을 포도당으로 전환하여 당 수치를 높이고 에너지를 만든다. 성장호르몬은 근육량도 늘리고 심장 기능과 상처 치유를 지원하며, 심지어 기부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우리가 이미 확인했듯이, 호르몬에 관한 한 모든 것이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다. 성장호르몬이 너무 적게 생산되면 성장이 멈추고 근육량이 줄어들 수 있다. 이것은 결국 물질대사에 영향을 미치고, 당뇨병 같은 질병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 이로 인해 장기의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 그 결과 성인의 경우 비만, 근력 감소, 피로, 뼈의 약화, 콜레스테롤 수치 증가가 발생할 것이다.
연구를 통해 밝혀졌듯이 무엇보다도 잘 자고, 운동을 많이 하고, 소식하면 성장호르몬 방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대로 스트레스는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129~130.p)
키가 크고 근육이 많은 남성은 키가 작은 남성보다 진화적으로 더 매력적인 파트너이고 생식능력도 더 높다. (131.p)
더 극적인 과성장은 고대에 이미 보고되었던 ‘거인증’이다. 기원전 6세기에 선원들이 유럽의 대서양 연약을 따라 안전하게 항해하기 위해 사용했던, 고대 그리스 버전의 구글맵이라 할 수 있는 ‘페리플루스’라는 항해안내서가 있었다. 여기에는 강한 여성 군대가 주둔한 신비의 섬 알비온이 묘사되어 있다. 이 여성들에게는 ‘아낙의 후손’이라 불리는, 사탄의 영혼을 가진 거인 자녀 수십 명이 있었다. 이 거인들은 트로이의 브루투스가 등장할 때까지 수백 년 동안 이 섬에 살았다. 브루투스는 군대를 이끌고 와서 거인의 지도자 고그마고그를 해안의 하얀 절벽 아래로 떨어트리고 알비온 섬을 정복했다. 그리고 브루투스는 트로이아 노바, 즉 새로운 트로이를 세웠다. 오늘날 우리는 알비온섬을 브루투스의 이름을 따서 ‘브리튼(영국)’이라 부르고, 새로운 트로이가 바로 런던이다.
영국에만 거인이나 거대 괴물 전설이 있는 건 아니다 성경에 나오는 다윗이 맞선 골리앗과 가나안에 사는 아낙의 후손을 생각해보라. 로마 황실에서도 유전적 거인증이 발생했다. 고고학이 발굴해낸 거대한 인간의 골격이, 전 세계 모든 곳에 거인이 살았음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발굴의 공통분모다. 모든 골격의 두개골에는 뇌하수체가 자리한, 말 안장 모양으로 움푹 파인 이른바 튀르키예 안장이 눈에 띄게 커져 있었다. 아마도 이 거인들도 에이미처럼 종양으로 인해 뇌하수체가 비대해져 성장호르몬을 너무 많이 생산했던 것 같다. (132~133.p)
– 잘 자고 잘 먹는 게 정답인가요?
호르몬은 밤에 분주하게 움직인다. 깊이 잠든 동안에는 근육이 이완되고 혈압이 떨어지며 호흡이 느려진다. 이때가 바로 성장과 회복의 시간이다. 새로운 세포가 생성되고 에너지가 충전된다. 특히 저주파 델타파가 흐르는 숙면 단계에서 성장호르몬이 혈액으로 다량 방출된다. (135.p)
잠들이 전에 태블릿과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역시 수면을 망칠 수 있다. 이런 기기들은 수면 패턴을 바꾸고, 솔방울샘의 멜라토닌 생산을 억제하여 결과적으로 성장호르몬 생산을 방해한다. (137.p)
신체 활동 역시 자연적으로 성장호르몬 생산과 방출을 지원한다. 이것은 아주 논리적 결과인데, 운동이 근육 발달과 세포 성장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이때 청소년의 뼈에 힘이 작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므로 청소년에게는 달리거나 점프하는 것이 수영보다 더 효과적이다. (137.p)
수면과 운동 외에 단식도 성장호르몬 방출을 높이는 강력한 자극제다. 이것은 모순과 같다. 신체에 넉넉한 연료가 공급되지 않은데 어떻게 신체가 성장한단 말인가? 위가 비어 있으면, ‘배고픔 호르몬’이라고도 불리는 그렐린이 생산된다. 그렐린 수치가 높을수록 식욕이 강해지고 배고픔을 느끼게 된다. 그렐린이라는 이름은 ‘성장호르몬 방출 펩타이드’에서 유래했고, 그렐린의 주요 임무가 바로 성장호르몬 방출이다. 단기적인 배고픔은 성장호르몬 생산을 자극하고, 그러면 당 수치가 올라가고 신체를 회복하기 위한 에너지가 방출된다. (138.p)
–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성장을 둔화시킨다
그러나 성장 호르몬 대사의 미묘한 장애는 감지하기가 매우 어렵다.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경험으로 알고 있는 간단한 규칙 몇 가지를 사춘기 자녀의 뇌에 각인시키려 노력하는 것이다. 그 규칙은 평온과 균형 그리고 유아에게 반복해서 가르친 청결 규칙만큼이나 아주 간단하다. 충분히 잘 자기, 매일 운동하기(하루에 최소 30분), 골고루 먹기, 잠들기 직전에 스마트폰 사용하지 않기, 만성 스트레스 피하기, 즉 휴식하기. (14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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