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에너지 구입기

브레인 에너지 : 구입 완료

작년에 세웠던 독서 목표 중 하나가 완독이었다. 읽다가 멈춘 책들이 많았다. 나의 책 소비는 교보문고를 방문해 매대에 진열된 신간 서적에서 서두를 훑어 보거나, 교보문고 앱 신간 정보, 인스타 피드에서 캡쳐해 두었다가 이뤄진다.

문제는 새책을 구입하면 읽던 책을 멈추고 새책으로 갈아타는 습관이 있다는 것. 이런 습관을 고치기 위해 작년부터 최대한 완독을 하고 다음 책을 구입하려 노력하고 있다. ⟨초가공식품⟩이 끝을 보였고 다음 책을 구입을 위해 교보문고로 향했다. 장바구니에 담아 두었던 많은 책 중에서 ⟨브레인 에너지⟩ 당첨.

저속노화 정희원 교수의 추천으로 알게 되었다. ⟨초가공식품⟩ ⟨브레인 에너지⟩ 두 권 모두 정희원 교수 추천 도서라니 ㅎㅎㅎ 하지만 정희원 교수가 추천했다고 무작정 구입한 것은 아니다. ⟨초가공식품⟩은 신간 매대에서 자발적으로 구입했는데, 띠지에 정희원 교수 추천사가 적혀 있었고. ⟨브레인 에너지⟩는 교보문고 앱에서 정희원 교수 추천 도서를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다가, 교보에서 글 초입을 읽고 구입한 것. 예시를 든 사례가 마음에 훅 하고 들어왔기 때문.

브레인 에너지 : 저자 크리스토퍼 M 팔머

하버드대학교 정신의학과 교수이자 신경과학 연구자로 25년간 근무하고 있다. 정신 건강을 위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알려 준다. 정신 질환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생활 습관을 고치기만 해도 누뇌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정신 건강을 위한 새로운 길을 안내하는 책이다.

브레인 에너지 : 머리말

머리말부터 압도적이다. 이 책을 구입한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저자 팔머는 정신 질환 환자를 치료하면 대부분은 증상이 재발하고, 치료 방법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2016년 한 환자의 다이어트를 도와주며 모든 것이 달라졌다. 당시 33세였던 톰은 조현병, 양극성장애 특성을 모두 지닌 조현정동장애 환자였다. 환각과 망상, 심적 고통에 시달렸고 약물 부작용으로 몸무게가 45kg 증가한다.

의사도 환자도 너무 훌륭하다. 톰은 집에 틀어박힌 생활을 했고 매주 저자인 팔머와 만나는 시간만이 유일한 외출이었다. 팔머는 자주 보는 의사가 본인이라 생판 모르는 전문가에게 맡길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톰은 자신의 건강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섰다. 매우 이례적인 사례라고 한다. 몇 가지 방법이 실패로 돌아간 뒤 케토제닉 식단을 시도해보기로 했고, 몇 주가 지나자 톰은 체중이 줄었을 뿐만 아니라 정신의학적 증상에서도 눈에 띄게 극적인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후 두 달 만에 환각, 편집적 음모론 재고하게 되었고, 사실이 아님을 인지한다. 이후로 체중을 68kg 더 감량하고, 아버지의 집에서 나와 독립하고 학위 과정까지 마친다. 팔머는 머리말에 이렇게 적었다.

나는 너무 놀라 어안이 벙벙해졌다. 임상과 연구 결과를 통틀어 이런 일은 본 적이 없었다. 체중 감소가 불안이나 우울감을 줄여준 경우가 아예 없지는 않았지만, 톰은 무려 10년 넘게 치료를 받으면서도 정신증적 증상들에 아무런 차도가 없었다. 케토제닉 식단이 그의 증상을 치료해주리라는 것은 내 상식과 경험으로는 전혀 생각도 못한 일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효과가 있을 이유가 없었다.
(9.page)

이후 팔머는 의학 문헌을 뒤지기 시작했고, 케토제닉 식단이 유서 깊은 근거가 있는 뇌전증 치료법이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추가로 얻은 근거로 다른 환자들에게도 치료의 일환으로 케토제닉 식단을 처방했고, 계속 성공적인 결과를 얻는다.

일부 사례라고는 하지만 대체 어떻게 한 가지 치료법이 이 모든 질병에 효과를 보일 수 있단 말인가? 결국 내가 처음에 가졌던 궁금증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더 큰 무언가로 향하도록 문을 열어준 것은 바로 이 물음이었다. (중략) 마침내 모든 조각들을 하나로 연결하고 나자, 나는 내 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엄청난 일을 우연히 해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모든 정신질환의 근본적인 원인을 설명할 통합 이론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름하여 뇌 에너지 이론이다.
(10.page)

이 책의 목적은 새로운 시각을 나누고, 정신 질환과 정신 건강에 품고 있던 생각을 180도 바꿔줄 여행으로 초대하는 것이라고 한다.

나와 주변 사람들 사례

나는 알 수 없는 원인으로 30년 가까이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가장 큰 증상은 시도 때도 없이 졸리고 심각한 불안이었다. 이런 상태에서 집중력이 있을리가 있겠는가. 만무하다. 종종 무기력과 우울도 동반되었다. 너무 힘들 때면 정신의학과를 찾아서 향정신성 의약품을 처방 받았지만 임의 중단할 때가 많다. 왜냐하면 의약품은 늘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인데, 약을 먹고 또 다른 부작용으로 개고생하느니 그냥 본질적인 고통을 감내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위의 증상이 지속되면 사회 생활은 극한의 스트레스이다. 거의 불가능이다. 나의 경우 원활한 사회생활을 위해 (아마도) 7년 이상 약을 복용했다. 초반에는 부작용이 최소화된 내게 맞는 약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했고, 거주지를 옮기면서 처방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비자발적인 상황으로 약을 중단하기도 했으나, 결국 약에 의존한 채 사회생활을 이어나갔다. 수시로 찾아오는 졸음과 무기력으로 인해 약이 없으면 일을 할 수 없었기에.

평생 이렇게 살 수 없다는 판단하에 회사를 그만두었다. 무려 서른 초반이었다. 한창 의욕이 뿜뿜해서 회사에 다닐 나이에 퇴사를 선택했다. 오전에 알약 한 알을 먹으면 저녁까지 배고픔이 느껴지지 않았고, 칼날같이 예민해진 신경은 직장 동료들에게 까칠함을 선사했다.

약 덕분에 일을 하고 돈을 벌었지만, 나는 약이 무서웠다. 고작 27mg 알약 한 개가 나의 정신을 지배한다는 사실이. 진료 받던 병원에서 단약은 무기력과 우울증을 불러올 수 있다고 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약에서 탈출하고 싶었다. 나의 의지로 살고 싶었다.

올해 5월이면 단약 10년차이다.

나는 10년 동안 ADHD, 기면증, 우울증, 불안장애, 강박장애, 망상장애 등 질환을 잊을 만하면 네이버에 검색했다. 질환에는 다수 증상이 겹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혼란스러웠다. 크고 작은 병원을 방문했지만 진단명은 없었다. 비싼 금액을 주고 심리 검사를 했던 대학병원에서 조차도 병명은 없었다. 크고 작은 병원들에서 나의 증상에 맞는 의약품을 처방해줬을 뿐.

3월에는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던 지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살면서 처음이었다. 나와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했던 누군가 이런 선택을 한 사례가. 그리고 공동체 안에 (엄청 친하지는 않지만) 많은 이들이 우울증으로 약을 처방 받아 복용하며 힘겨운 사회 생활을 하고 일상을 버텨나가고 있다.

이런 내게 이 책은 와 닿을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여러분에게는 다소 충격적인 사실, 그러니까 각각의 정신질환이 서로 명확하게 구분되는 독립체가 아님을 설명한다. 여기에는 우울증, 불안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강박장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알코올의존증, 중독, 아편 중독, 섭식장애, 자폐증, 양극성장애, 조현병 등이 포함된다. 이처럼 서로 다른 정신장애들 사이에 중첩되는 증상이 엄청나게 많고, 다수의 환자가 두 가지 이상의 정신장애 진단받는다. 게다가 서로 증상이 몹시 다른 정신장애들의 경우에도 그 기저에 있는 생물학・심리・사회적요인이 상당히 겹치곤 한다.
(11.page)

평소 불안의 척도가 매우 높은 내가 이런 개인 건강 정보를 온라인에 공개한다는 것은 어쩌면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하지만 용기를 얻어 공개하는 이유는 단 하나이다. 나처럼 원인 모르는 증상과 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방법을 찾고, 앞으로는 건강한 일상을 살았으면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건강함은 정신적인 건강함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나는 작년 11월부터 탄수화물 섭취를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약속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탄수화물을 거의 섭취하지 않는다. 압도적으로 비율이 낮다. 어떻게 유지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간단하다. 팔머가 치료했던 33세의 톰과 비슷하다.

몇 주가 지나자 톰의 체중이 줄었을 뿐만 아니라 정신의학적 증상에서도 눈에 띄게 극적인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전보다 우울감이 감소했고 몸이 늘어지는 정도도 덜했다. 사람들과 눈도 곧잘 맞추었고 눈빛에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생동감이 깃들었다.
(8.page)

나는 나 스스로 누구보다 건강한 식단을 한다고 자부하며 살았다. 정크 푸드를 최소화하고 자연 식품을 중심으로 소비했기 때문이다. 치킨은 연중에 열손가락을 꼽을 정도로 먹고, 탄산수를 제외한 탄산 음료는 거의 입에 대지 않았다. 요리할 때도 올리고당을 가끔 사용하는 정도. 갈증을 느낄 때는 항상 물을 마셨다. 육류를 먹을 때는 항상 야채와 함께 섭취했다. 라면이나 국수를 끓일 때도 면은 반만 넣고 야채를 가득 넣었다. 밥은 말해서 무엇하리. 당연히 잡곡이 주식이었다. 제철 과일과 구황 작물을 즐겨 먹었다.

그러나 모르고 있었던 게 하나 있었다. 야채 중심의 식단을 하는 동시에 어마무시한 양의 탄수화물을 섭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쏟아지는 정보들 덕분에 야채와 과일이 진짜 건강식인 줄 알고 살았던 시간이 너무 억울하다. 한탄을 하자면 끝이 없으니 ⟨브레인 에너지⟩ 구입기는 여기서 마무리한다.

다들 건강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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