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은 어떻게 나를 움직이는가 ①

지난 3월은 낭떠러지 끝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세상은 잘 돌아가고 모두 잘 살고 있는데 나만 멈춰진 아니 도태된 기분이란・・・・・.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엉엉엉 울고 나서야 회복이 되었다. 시간이 지난 후 지인에게 이야기를 했고 “호르몬 때문인가?” 라는 질문을 받았다. 아니라고 했지만 “왜 인간은 호르몬의 노예잖아”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재미있게도 저자는 우리가 호르몬의 노예라고 절대 말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언제나 환경과 신체, 정신 사이에 상호작용이 있기 때문에. 호르몬 때문에 우리의 결정 능력이 약해질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호르몬에 그 책임을 미루며 우리의 행동에 면죄부를 주어서는 안 된다고 ㅎㅎㅎ)

얼마나 지났을까. 교보문고에 방문했고 매대에서 ⟨호르몬은 어떻게 나를 움직이는가⟩를 발견했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의과대학 출신의 저자가 의사로 일한 지 거의 20년이 된 지금, 환자들이 수년에 걸쳐 본인에게 물었지만 때로는 명확히 답할 수 없었던 질문들에 자극을 받아 쓰기 시작한 책이다.

일과 가정을 오가며 아침저녁 자투리 시간에 글을 적었다는 저자에게 자극을 받는다.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ㅎㅎㅎ 남은 하반기에는 열독서와 열일을 해야겠다는 굳은 다짐을 해 본다.

뇌는 우리가 내리는 모든 결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호르몬은 그런 뇌의 기능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호르몬 불균형은 우리의 성격과 일상생활을 완전히 망칠 수 있다.

나는 이 책을 아침저녁 자투리 시간에 썼는데, 근무시간은 진료와 연구, 병원 관리로 꽉 찼고, 어린아이가 있는 가정인 데다 아내가 조산사로 온종일 일해서 사생활마저 일에 시간을 할애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글쓰기는 놀라운 에너지 원천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병동에서 환자를 치료할 뿐 아니라 그들의 죽음까지 지켜봐야 했을 때, 절실히 필요했던 에너지를 나는 글쓰기에서 얻을 수 있었다.

7.page 저자의 말 중에서

독서를 할 때, 노트에 요약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 오래된 습관인지라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이제껏 노트에 필기를 해 왔다. 종이에 무언가를 쓰는 행위 자체를 좋아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여전히 그 행위를 좋아한다. 단점이 있다면 현시대에서는 활용도가 많이 떨어진다는 것. 이것이 노트 필사에서 워드프레스로 갈아탄 이유이다.

워드프레스를 운영하면서 콘텐츠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많다. 일단 좋아하는 것으로 채우기로 한다. 책 좋아하시는 분들 함께해요.

1. 인간의 탄생은 배 속이 아니라 뇌에서 시작한다 (임신과 출산)

– 호르몬이 없으면 새 생명도 없다.

그렇더라도 인류의 종족 보존에서 남성과 정자가 약한 고리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예를 들어, 남성의 과체중은 위험 요소다. 테스토스테론이 체지방 안에서 에스트로겐으로 전환되면, 오늘날의 남성은 정말로 생식능력을 잃게 된다. 나이가 많이 들어서 아이를 갖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태어날 때부터 이미 쌓여 있는 난자와 달리, 정자는 항상 새롭게 만들어지지만 평생 환경요인의 악영향을 받는다. 이를테면, 환경오염, 화학물질, 방사능, 플라스틱 연화제 등과의 접촉 때문에 정자세포의 양과 질이 급격히 떨어진다. 그러면 생식능력이 저하될 뿐 아니라, 아이가 자폐 성향을 보일 확률도 높아진다. (중략) 당신이 남자이고 아이를 갖고자 한다면, 너무 늦은 나이로 미루지 말고 체중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32~33.p)

– 스트레스는 대를 이어 해로운 영향을 줄까?

먹을 것이 풍족해진 지금, 네덜란드 성인 세 명 중 한 명이 과체중이다. 미국에서는 2030년이면 심지어 인구 절반이 과체중이 될 것이라고 한다. 50년 전 상황과 비교하면, 비만과 당뇨병을 앓는 임산부도 두 배로 늘었다. 따라서 이러한 과잉이 우리의 생식능력과 성호르몬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리라고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36.p)

– 임신테스트기에 두 줄이 뜨고 나면

다낭성난소증후군은 이미 고대 이집트인들에게 알려져 있었고, 그들은 이것을 여성의 ‘남성화’라고 불렀다. 월경이 드물어지거나 완전히 멈추고, 털이 많아지고(수염이 자란다), 목소리가 달라지고, 심지어 성격도 바뀐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이 있는 여성은 신체적으로 더 강하고, 근육량이 더 많으며, 잦은 식량 부족에도 더 잘 대처할 수 있다. 아마도 진화는 생존의 이점을 위해 생식능력을 희생하기로 ‘결정한 것 같다.’ 아직 완전히 파악되진 않았지만, 호르몬 사이에도 서열이 존재하는 것 같고, 이처럼 때로는 생존이 생식보다 우위에 있다. (42.p)

– 태아의 성별에 따른 변화

이 작은 기적이 남아로 발현될지 여아로 발현될지는 정자와 난자가 융합하는 순간에 이미 결정된다. 성별을 ‘결정하는’ 쪽은 아빠다. 아빠의 정자세포가 Y염색체를 전달하면 수정란은 남아로 자란다. 융합 때 아빠의 X염색체가 전달되어 X염색체가 두 개가 되면 수정란은 여아로 자란다. (46.p)

여아도 항뮐러관호르몬을 생산하는데, 출생 이후에야 시작된다. 여자에게서 항뮐러관호르몬은 열성적인 난포자극호르몬을 억제하여 사춘기 이전에 난자가 성숙하는 일을 막는다. 외모와 행동에서 종종 ‘남성적’ 특성을 보이는, 앞에서 언급했던 다낭성난소증후군을 앓고 있는 여성은 항뮐러관호르몬 수치가 높은 경우가 많지만, 정상 수치라도 여아의 부신에서 남성호르몬을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다. (47.p)

– 엄마의 식욕이 왕성하면 남자아이라고?

건망증, 왕성한 식욕, 이상한 음식 선호 현상은 주로 남아를 임신한 여성에게서 나타난다. 왜 그럴까? 호르몬 탓이다! 높은 테스토스테론 수치의 영향으로 이 여성들은 여아를 임신한 여성보다 더 많이 과자를 폭식하고 오이에 침샘이 고인다. 이것은 또한 남아의 체중이 일반적으로 여아보다 더 많이 나가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남자아이는 그저 영양분을 더 많이 섭취했을 뿐이다. (53~54.p)

– 산후우울증이 뒤따르는 이유

현대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그리스어로 ‘자궁’을 뜻하는 ‘히스테리’라는 용어를 최초로 사용했다. 그는 뇌보다 자궁으로 더 많은 혈액이 유입되어 공포와 긴장을 일으키는 특이한 상황을 히스테리라고 불렀다. (64.p)

당시에는 히스테리 또는 정신적 흥분의 원인을 무엇보다도 여성 생식액이 몸 안에 해로운 수준까지 축적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는데 성관계로 생식액을 배출할 기회가 드물었던 과부들에게서 히스테리 현상이 더 자주 발생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히스테리 환자의 치료는 20세기에 접어들 때까지 오르가슴을 유도하는 것이었고, ‘골반 마사지’라는 이름으로 판매되었다. 이제 우리는 이것이 왜 효과가 있었는지 안다. 오르가슴 후 옥시토신이 갑자기 분비되어 정신적 스트레스와 불안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알고 있듯이, 혈중 성호르몬 수치가 높을수록 피부가 더 건강하고, 젊고, 윤기 있어 보인다. (64~65.p)

2. 앞으로의 삶을 결정할 위대한 도움닫기 (영유아기)

어린 나이에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에 노출되면, 남은 생애 동안 특정 유전자가 다른 방식으로 기능한다. 몇몇 호르몬이 이런 효과를 강하게 발취한다. 호르몬의 영향으로 유전자 자체가 변하진 않지만 기능이 저하되어 건강이 나빠진다. (75~76.p)

호르몬은 거의 공상과학소설 수준으로 우리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77.p)

– 무해한 소사춘기인가, 호르몬에 의한 조기사춘기인가

아기 고환은 성인 남성보다 24배나 작지만, 그 안에서 생산되는 호르몬의 향은 성인과 거의 비슷하다! 여아의 경우 난소에서 난포가 성장하여 혈액 내 에스트라디올 수치가 올라간다. 여기서도 성인 여성의 배란 수준으로 호르몬 폭풍이 발생한다. (78~79.p)

– 점점 흔해지는 어린이 유방 발달

의학서들은 유아의 가슴 확대가 콩류와 고기가 주를 이루는 식단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한다. 고기에는 원래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없지만가축에 투여되는 호르몬제를 통해 유입될 수 있다. 목축업자들은 수확량과 매출량을 늘리기 위해 호르몬제를 통해 유입될 수 있다. 목축업자들은 수확량과 매출량을 늘이기 위해 호르몬제를 가축에 주입한다. 이 고기를 먹는 사람에게는 좋지 않다. 그래서 유럽 축사업은 호르몬 주입을 금지한다. (85~86.p)

튀르키예, 덴마크, 프랑스, 헝가리 등 일부 국가에서는 어린이 유방 발달이 점점 흔해지고 있다. 여러 과학자의 추측대로, 이것은 식습관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현대인은 빵과 감자를 적게 먹고, 식물성 단백질과 잡곡을 더 많이 섭취한다. 네덜란드에서도 최근 몇 년 동안 고기 대용으로 콩류, 특히 메주콩 소비가 30퍼센트 늘었다. 콩 섭취를 권장하는 사람들은 종종 일본을 비롯한 여러 아시아 국가의 높은 기대수명을 언급하며, 이것을 근거로 콩을 먹는 게 건강에 해로울 리 없다고 확언한다. 그러나 이때 흔히 용량은 간과된다. 체중 1킬로그램당 하루 섭취량을 비교하면, 일본 여성은 평균적으로 서양 여성보다 훨씬 적은 양을 섭취한다. 또한 아시아 국가에서는 콩을 된장이나 낫토, 템페 등 발효 형태로 섭취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들은 생화학적 관점에서 서로 다른 물질이다. 우리는 매일 알게 모르게 콩을 상당히 많이 섭취하는데, 그것이 가공식품에 첨가되기 때문이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콩고기를 떠올리겠지만, 콩 가공식품을 생산하고 남은 찌꺼기도 있다. 그것은 돼지와 가금류의 가장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 된다. 이런 천연 호르몬 교란물질이 우리의 자손에게 해로운지 아닌지 아직 확실치 않다면, 우선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86~87.p)

– 어릴수록 플라스틱 물질이 위험한 이유

아기들은 호르몬 탄광의 카나리아라고 할 만큼 매우 예민하다. 아기들은 플라스틱으로 가득 찬 환경을 입으로 탐색하는 경향이 있을 뿐 아니라, 모든 것을 해독해야 하는 간과 신장이 아직 완전히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에 더 취약하다. 또한 아기들은 신체 대비 많은 양의 액체와 고체 음식을 섭취하기 때문에 취약하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지방량 역시 많은데, 지방이 바로 호르몬 교란물질의 인기 저장소다. 이 물질은 지방조직에서 아주 천천히 방출되어 노출 기간이 연장된다. (90~91.p)

– 인형놀이가 더 재밌는 것도 호르몬 때문일까

동물의 세계에서 수컷은 종종 보금자리를 떠나 자기만의 새 가정을 꾸려야만 한다. 반면 암컷은 수컷과 다른 방식으로 생존하기 때문에 동종과의 상호작용에 더 많이 투자한다. 그러므로 인간 세계에서 남자아이들이 주변 지역을 탐색하고, 여자아이들이 방에서 재잘대며 노는 경향은 다름 아닌 호르몬에 기초한 것일 수 있다. (104.p)

– 왜 남아의 자폐증 발병 확률이 더 높을까

자폐증은 사회성 부족과 소통 장애, 뇌가 지나치게 남성화됐다고 의심할 만한 모든 특징을 동반한다. (105.p)

– 부모가 몰랐던 골든 타임

호르몬 상호작용의 균형은, 성기와 뇌가 이미 완전히 발달한 ‘진짜’ 사춘기보다 인생의 초기 단계인 소사춘기에 우리의 신체와 정신 발달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107.p)

소사춘기에 관한 지식은 영유아의 건강에 매우 중요할 뿐 아니라, 성인의 질병을 치료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10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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