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말에 책 덕후 이동진 평론가가 추천하는 올해의 책 세 권 영상이 업로드 되었다. 묵직한 울림을 주는 에세이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인류 역사를 한 눈에 보여 주는 ⟨이주하는인류⟩ 이야기에 관한 교양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이 중 첫 번째 책에 대한 서평을 정리해 본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 입니다⟩
패트릭 브링리는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 입니다⟩ 제목 그대로 세계 3대 미술관 중 한 곳인 메트로폴리탄의 경비원이다. 1년에 방문자가 무려 700만명이라고 한다. 뉴욕에 방문하는 사람들이라면 보통 메트로폴리탄을 구경 삼아서 많이 간다. 저도 메트로폴리탄을 처음 갔을 때 공간이 압도적인 느낌이었다. 웅장한 규모에 수많은 전시품들 사이에서 길을 잃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으로 들어가게 된 계기
이 책을 쓴 패트릭 브링리는 이곳의 경비원으로 10여년간 일을 하게 된다. 경비원으로 들어가게 된 계기가 굉장히 슬프기도 하고 인상적이다. 어릴 때부터 형과 사이가 좋았다. 형동생에 표현에 따르면 수학 천재였고 모든 일에서 뛰어났다. 유망한 사람이었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한 직후에 ‘인생이 직선대로로 펼쳐진다’ 라는 그 지점에 암선고를 받게 된다.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된다.
동생은 형에 대해서 열등감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형이 너무 똑똑하고 좋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형에게 의지하는 방식으로 형제간의 우애가 좋았다. 그런데 그 형이 세상을 떠날 상황에 놓인 것이다.
형이 암 판정을 받았을 때 저자는 대학을 졸업하고 꿈에 부풀었다. 뉴요커 입사 시험을 봤는데 합격한다. 하늘을 날아오를 것 같이 좋은 기분이 된다. 뉴요커답게 뉴욕을 누비면서 수많은 음식들과 친구들과 사교와 얼론사에서 일을 하는 어떤 포부를 가지고 활동을 하게 된다.
형이 투병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로부터 2년 8개월 동안 형의 주변에 머무르며 뉴욕이 완전히 바뀌게 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이전까지 화려했던 뉴욕의 풍경이 아닌 형의 병실로 채워진 2년 8개월이 채워졌다. 병실에서 집으로 잠시 돌아갔을 때 방 하나 짜리 형의 아파트 정도만 떠오르는 굉장히 음울하고 조용한 풍경이 나 스스로를 압도했다.
이 책에는 그 형에 관한 이야기가 중간중간 나온다. 굉장히 슬픈 이야기도 있고, 인간적인 이야기도 있다. 예를 들어 형에 떠날 것이라고 스스로 예상이 되니까 병실로 한 명씩 불러들여서 한 명씩 최후의 말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동생인 패트릭이 들어가서 형의 이야기를 듣고 나와서 노트에 본인이 들었던 이야기를 적는다. 적은 것을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에 옮겨 놓았다.
보면서 눈물을 펑펑 쏟았던 구절이 있었다. 형이 마지막으로 동생에게 말했다.
“마치 영화를 보다가 잠이 들었는데, 내가 잠든 사이 누군가가 다 보지 않은 비디오 테이프를 반납해 버린 것 같아.”
라고 자기 삶에 대해 이야기 하는 대목이었다. 형은 결국 세상을 떠나게 된다. 동생 입장에는 큰 타격을 받게 된다. 그리고 사직을 한다. ‘뉴요커’를 더이상 다닐 수 없는 심리 상태가 된다. ‘막무가내로 무작정 어딘가에 서 있고 싶었다. 그런 직업이 뭐가 있을까.’ 어려서 부터 미술을 좋아했다. 메트로폴리탄에 여러번 방문하기도 했고, 뉴요커이기도 하니까 ‘메트로폴리탄의 경비원이 되어야겠다.’ 라고 결심을 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에서 나는 세상에서 가장 단순한 일을 하기 시작했다.’ 라고 한다.
책의 시작과 끝
메트로폴리탄 경비원으로 첫날 선임인 직원으로부터 일을 배우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한다. 맨 마지막은 인생에서 어떤 단계가 바뀌어서 마침내 십여년 정도의 일을 끝내고, 퇴사의 과정을 거쳐 마지막으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계단을 내려가는 모습으로 마무리된다.
우두커니 서 있는 것이다. 관람객의 가방을 검사하거나 티켓을 받는 일도 하지만, 가장 흔한 것은 우리가 미술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관람객들의 동태를 우두커니 서서 지켜보는 사람의 역할을 한다. 그렇게 우두커니 서 있으면 체험하는 시간이 달라질 것인데, 그런 부분에 대한 묘사가 굉장히 흥미롭다.
저자 패트릭 브링리가 바라 본 세 가지
① 첫 번째
형에 관한 추억과 인생의 과거를 되짚는 것이다.
② 두 번째
한 작품 한 작품을 오래 감상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사랑스러운 공간에 좋아하는 미술품으로 가득 차 있으니까 미술품을 보고 또 보는 것이다. 남들이 보지 못한 것들을 많이 봤을 것이다. 미술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담겨 있다.
③ 세 번째
관람객들의 천태만상이 재미있게 들어가 있다.
가장 인상적으로 묘사되는 미술품
피터르 브뤼헐의 ⟨곡물 수확⟩이라는 작품이다. 16세기에 유명한 네덜란드의 화가이다. 곡물을 수확하고 있는 도중에 사람들이 나무 밑에 앉아서 새참을 먹는 것같은 풍경이다. 이 그림이 여러번에 거쳐서 묘사가 된다. 입사하고 ‘내가 메트로폴리탄에 처음 온 게 언제이지?’ 하고 떠올리니 엄마가 함께 왔다. 엄마는 미술사를 부전공한 분이셨다. 어린 마음에 메트로폴리탄에 압도가 되었는데 특히 이 그림이 세월이 흐른 다음에도 머릿속에 남아있던 것이었다.
형에 병실에서 간호를 하게 되었을 때, 본인은 약혼녀가 있고 형도 결혼을 했기 때문에 형수가 있었다. 세 사람이 간호를 하고 있는 날이 있었는데 형이 치킨 너겟을 먹고 싶다고 한다. 병세가 악화되다가 잠깐 좋아진 상황이었다. 세 명은 밖에서 너겟을 사와서 치킨 파티를 벌인다. 그때 문장이 인상적이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사랑과 슬픔과 웃음을 모두 총동원해서 마지막 소풍을 즐겼다.”
형이 치킨을 먹으면서 웃으며 말한다. ‘상황에서 피터르 브뤼헐의 ⟨곡물 수확⟩ 한 장면과 같군.’ 이런식으로 삶과 미술품들이 그대로 엮어져 있는 뭉클하고 감동적인 책이다.
미국 미술관을 통틀어서 다빈치 작품은 한 점
관람객 행태를 이야기를 할 때 재미있는 부분들이 많다.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모나리자⟩ 어디있어요?’ 라고 한다. ⟨모나리자⟩는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데 그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없다고 하면 ‘레오나르도 다빈치 그림은 어디있어요?’ 하고 묻는다는 것이다. 미국 미술관을 통틀어서 다빈치 작품은 한 점이고 워싱턴에 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다빈치 그림은 없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관람객의 유형
① 엄마와 아빠
관람객의 유형 중 아빠들이 가족과 함께 오면 목에는 카메라를 걸고 있다. 출신지로 보이는 고등학교 점퍼를 입고 있으며 따로 다니는 경우가 많다. 엄마들은 아이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시설물이 없는지를 묻는다. 단순히 관람만 하는 게 아니라 미술품의 과학적인 원리를 익힐 수 있는 것을 묻지만 그런 것은 별로 없다.
② 사랑에 빠진 사람은 누구나 알 수 있다.
실제로 연인들이 왔을 때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진지 알 수 있고, 미술품과 사랑에 빠진 사람도 알 수 있고, 메트로폴리탄이라는 미술관 자체와 사랑에 빠진 사람도 한눈에 알 수 있다.
가장 인상적이고 감동적인 에피소드
분수대가 있다. 관람객들은 분수에 항상 동전을 던진다. 어떤 엄마가 아이에게 동전 두 개를 주면서 던지라고 하면서 ‘하나를 던질 때에는 간절한 소망을 빌고 또 하나를 던질 때에는 너처럼 간절한 누군가를 떠올리며 던지렴’ 라고 말했다. ‘나도 나중에 아이들이 생기면 이 이야기를 꼭 전해 줘야지!’ 하는데 후반부는 두 명의 아이가 태어난다.
서평을 마치며
예술과 삶, 삶의 비극을 딛고 일어서려는 한 인간의 긴 세월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 출저 : B tv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 23년올해의책은이 3권으로정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