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12장 두 번째는 20세 기한 흑인 공동체가 모여 사는 앨라배마주 시골로 떠나보자.
르네상스의 거장 미켈란젤로 소묘 작품전과 알지도 못하는 지역의 퀼트 작품전을 한 챕터에서 소개한 브링리의 통찰력이 놀라웠던 챕터이다.
근현대 미술 전시관에서 열린 ⟨지스 벤드 퀼트 작품전⟩이라는 작은 기획전에 배치되기 전까지 브링리는 ‘지스 벤드’라는 지역에 관해서 이름 조차들어보지 못했다고 한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도 들어보지 못했다고 하는데 나라고 알고 있을리가 있겠는가.
여덟 명의 퀼트 제작자가 만든 열 점의 퀼트가 전시되었고, 그 여덟 명 중 네 명의 성이 페트웨이였다고 한다. 블링리는 “이게 뭐지?” 작은 소리로 속삭인다. 그 후 몇 주에 걸쳐 이 퀼트 제작자들에 대해 가능한 모든 정보를 알아낸다.
앨라배마주의 지스 벤드에서 퀼트를 만드는 수십 명의 여성들이 자신들의 일과 삶을 이야기한 인터뷰 기사도 읽었다. ‘어렵다’는 표현이 너무 자주 나와 후렴구처럼 느껴졌다. “어려움에 처했어요・・・” , “어려운 시기였죠・・・” , “어려운 길을 가야 했어요・・・” , “우리가 어려운 상황에서 열심히 일한 건 주님도 아실 거예요・・・” , “쉽지 않았어요. 어려웠죠.” 루시 T. 페트웨이는 전시에 작품을 출품한 예술가 중 하나였다. 어릴 때 그녀는 11월 말부터 3월 말까지만 학교를 다녔다. 3월 말부터는 “베어 낸 목화 줄기를 쳐서 채 여물지 못해 아직 달려 있는 목화 열매를 수확하고, 관목을 자르고, 땅을 일구고, 쟁이질을 해서 파종할 준비를 도와야 했어요.” 다른 퀼트 제작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그녀의 가족과 친구들도 소작농이었다. 그러나 루시는 밭에서 다른 일도 했다. 날마다 밥을 먹는 시간에 바느질할 퀼트 재료를 조금씩 가지고 밭으로 나간 것이다. 대부분의 퀼트 작품은 블록 아홉 개로 이루어져 있는데 하루에 블록 하나쯤 완성하면 만족했다. 루시 T. 페트웨이는 로르나타였다.
294.p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12장 작품 ①
12장 – 무지개 모양을 여러번 그리면서
1. 지붕과 별돌공 패턴, 세로줄 퀼트
그녀가 1955년에 완성한 퀼트는 지스 벤드를 묘사하고 있는데, 전시 작품 중 유일하게 사진으로만 볼 수 있다. 앨라배마강을 상징하는 한편의 푸른 줄무늬는 진흙으로 된 강둑을 표현한 두 개의 붉은 줄무늬 사이를 흐르고 있다. 다른 한쪽에는 패턴이 있는 캘리코로 목화밭이 묘사되어 있다. 퀼트의 나머지 부분은 동심원처럼 늘어선 정사각형 블럭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렇게 지붕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하우스톱 패턴에서는 온갖 종류의 패턴과 색이 가능하지만 이 작품에서만큼은 글자 그대로 진짜 지붕들을 상징하고 있다. 큰 집 한 채와 작은 집 네 채를 위에서 내려다본 광경이다. 이 풍경을 더 멀리까지 보이도록 줌아웃할 수 있다면 말굽 모양을 그리며 극적으로 구부러진 강이 지스 벤드의 세 면을 감싸고 흐르면서 세상으로부터 이 지역을 고립시키는 지형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더 가까이 가서 페트웨이가 묘사한 집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지역의 역사를 더 확실히 이해할 수 있다. 가장 큰 집은 옛날 페트웨이 플랜테이션의 ‘큰 집’이고, 다른 작은 집들은 노예들이 기거하던 곳이다. (295~296.p)
Housetop and Bricklayer with Bars quilt 저작권 보호로 다운로드 불가 – 링크를 클릭하면 이미지를 볼 수 있음
페트웨이는 주변 세계를 예리하게 관찰하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녀는 매일 밭에 나가 일할 때 종이와 연필을 들고 다니며 눈에 띄는 것들을 적어두었고 나중에 이를 퀼트 디자인의 영감으로 사용했습니다. 이 특별한 작품은 컬렉션에서 의도적으로 화보를 찍은 듯한 유일한 지스 벤트 퀼트입니다. 선호하는 Housetop 및 Bricklayer 패턴 블록을 사용하여 페트웨이는 오래된 페트웨이 농장의 가상 조감도를 만들었습니다. 맨 위에는 큰 주인의 집이 있고 아래에는 4개의 노예 오두막이 있습니다. 집 왼쪽에 있는 작은 인쇄된 옥양목은 들판을 나타내고, 오른쪽에는 붉은 강둑 사이로 푸른 앨라배마 강이 흐르고 있습니다.
2. 통나무집 패턴 퀼트 (로그 캐빈 퀼트)
전시된 것 중 가장 오래된 작품도 어쩌면 크레올라가 베끼려고 스케치한 작품 가운데 하나였을 수도 있다. 메리 엘리자베스 케네디도 1930년대 중반에 여기 전시된 작품을 볕에 널어 말렸을 테니까. 나는 그 퀼트 작품이 봄바람에 펄럭거리는 장면을 상상해보려고 애쓴다. 다양한 톤의 하얀색, 하늘색, 청록색으로 만들어진 퀼트다. 흰색에도 여러 톤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그때까지 몰랐지만 그녀는 햇빛에 바래고 입어서 해진 낡은 옷가지에서 구해낸 천 조각들로 그런 효과를 내는 데 성공했다. 미술 재료상에서 구한 것이 아니라 실제 삶 속에서 얻은 색깔들이었다. 구조적으로는 아홉 개의 블록을 연결한 하우스톱 패턴을 따르고 있으나 이 기본 구조는 블록의 한계를 뛰어넘어 압도적인 에너지로 작품 전체를 휘감은 패턴에 가려 희미해진다. 파란색 배경을 관통해서 픽셀화된 번개가 내리꽂히는 느낌이다. (297~29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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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퀼트에서 케네디는 완전히 색다른 방식으로 전통적인 통나무집 패턴을 사용했습니다. 각 블록은 흰색 스트립과 대각선으로 만나는 청록색 색조의 좁은 천 조각으로 구성됩니다. 케네디는 다른 지역에서 만든 통나무집 퀼트처럼 대칭적이고 질서정연한 전체 패턴을 형성하기 위해 블록을 사용하는 대신 왼쪽으로 흰색 번개가 흐르는 방식으로 블록을 배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청록색 삼각형은 오른쪽에서 더 두드러집니다.
3. 게으른 아가씨 패턴, 세로줄 퀼트 (게으른 아가씨 바)
몇 걸음 뒤로 물어서서 내 손바닥 정도 되는 너비의 ‘바’라고 부르는 수직 줄무늬들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 정도로 파도치는 것을 바라본다. 왼쪽과 오른쪽 가장자리는 짙은 청색 데님 천이고 대부분의 줄무늬는 보라색이다. 그리고 서로 가깝지만 닿지는 않게 놓여 있는 하얀 천으로 된 두 개의 줄이 중앙에서는 조금 벗어나 있지만 작품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 작품은 ⟨게으른 아가씨 바⟩라고 부른다. 나는 수평으로 시선을 옮기면서 피아노 건반을 누르는 상상을 해본다. 이렇게 보면 박음질 자국으로 구획이 지어진 일련의 재빠른 트랜지션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천천히 작품을 바라보면서 기다란 줄무늬를 따라 여유 있게 시선을 옮기다가 깜짝 놀라고 만다. 다른 것들보다 색깔이 밝은 두 개의 줄무늬가 광선 모양의 천사, 기쁘게 몸을 곧추세우고 있는 천사들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이 퀼트의 기하학적 패턴뿐만 아니라 그 불완전함에 감동한다. 살짝 헤매는 듯한 구불구불한 선, 복잡하지 않고 간결한 바느질 자국, 즉흥적으로 구성된 재료들. 거기에는 근면성과 영감을 비롯해서 예술의 위력 중 가장 희망을 주는 것들이 넘치도록 들어 있다. (301~30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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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조각의 절단 또는 찢어진 직물로 제작된 게으른 아가씨 바는 지스 벤드 퀼터가 생산한 가장 단순한 패턴 중 하나입니다. 로레타 페트웨이는 작업복과 그녀가 손에 쥐고 있는 다른 직물의 폭이 거의 같은 것으로 이 퀼트를 만들었습니다. 좁은 띠를 긴 수직 솔기와 함께 꿰매었습니다. 상대적으로 기본적인 기술을 사용하면서 페트웨이는 두 개의 라이트 스트립을 중앙에서 벗어나 배치하고 라벤더 블루 데님과 양쪽에 강한 다크 블루 데님의 경계를 지정함으로써 눈에 띄는 구성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불 뒷면은 패턴이 있는 파란색과 흰색 폴리에스테르로 되어 있으며 바인딩 역할도 합니다. 측면을 살짝 들여다보면 전면의 단색 색상과 다소 어색한 대조를 이룹니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를 성실하게 읽을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른 책도 이렇게 정리를 하며 읽으시는지 궁금합니다.
건강하시고 다른 책에서도 만날 수 있었으면 합니다.